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어제 민주당 선대위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밝힌 새정부 내각구성 및 국정운영 방향 제시는 음미해볼만 하다. ‘개혁의 대통령과 안정과 균형의 총리’라는 컨셉을 제시, 급진적 개혁이 아닌 안정속의 개혁을 예고했다. 이의 이유로 “국민이 나를 개혁, 변화적인 사람으로 보고 우려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은 적절한 파악이다. 아울러 총리를 비롯한 내각을 안정된 팀으로 이끌어 갈 의지를 밝힌 대목 또한 주목된다. 중량감 있는 경륜과 능력위주의 전문가들이 조화를 이룰 것으로 관측되는 내각에 국정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권 인수위의 실무형 참여인사 등이 청와대에서 노 당선자를 보좌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으나 더는 국정 운영의 중심이 내각이 아닌 청와대 비서실이 되는 폐해가 있어서는 안된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준 사람들의 논공행상식 기용이 많지 않을 것으로 시사한 것은 괄목할 만 하다. 이 정권의 실정과 부패가 측근 기용과 발호에 기인된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유념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본란 역시 당선자를 처음 언급하면서 이를 강조한바가 있다. 앞으로 노무현 정부의 성패가 이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적으로는 아무리 큰 은공을 입었더라도 공직이나 공사에 관련해서는 공적으로 대할 줄 아는 형안과 자제력을 잃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공사간의 혼돈은 버려야 할 낡은 인습으로 당선자가 표방하는 개혁정신에도 크게 어긋난다. 이같은 일련의 국정운영 요강 천명은 민주당 인사들과 당선자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 부터가 귀담아 들어야 한다. 당선자는 논공행상식 인사의 배제를 “선거에서 노력한 분들이 자리를 갖기 위해서가 아니고, 국정 의지를 펼쳐 보이기 위해 기대도 할 것이나…”라는 말로 완곡히 표현했다. 그렇지만 그런 기대를 갖는 사람들 부터가 먼저 기대를 포기해 보임으로써 당선자를 자유롭게 놔 주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국정운영 방향 제시는 알고보면 당연한 원칙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원칙보다는 변칙에 너무 깊게 순치돼 왔던 탓으로 새롭게 들리는 것이다. 직면한 여소야대 국회의 원만한 대야 관계, 대선에서 나타난 세대간 구도의 사회갈등 등 이밖에도 허다한 국민통합 저해요인 해소의 길이 원칙을 따르는데 있다. 하지만 원칙은 항상 변칙의 유혹에 시달림을 받는다. 당선자가 과연 이 유혹에서 끝까지 초연할 것인가를 앞으로 부단히 주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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