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생활·경제축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경제자유구역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올들어 수도권 개발전략이 본격 가동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도권 기능은 서울∼인천(서울∼부천∼인천)을 잇는 경인축과 서울∼수원(서울∼과천∼안양∼군포∼의왕∼수원)을 연결하는 경수축을 중심으로 인구의 70.7%, 사업체의 75.2%가 과도하게 집중돼 수도권의 불균형 발전 및 비효율이 증대됐다. 그러나 이 지역은 인구나 산업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수도권 개발의 중심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홀대’받아온 ‘수인축’(수원∼안산∼시흥~인천)으로 분산된다.
그 첫번째 작품이 정부의 ‘경제특구 구상’이다. 이에 따르면 2020년 인천과 수원을 잇는 수인축은 180도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수인축에는 반월·시화공단 등 기존 산업·물류기능 이외에 풍부한 개발 가능지를 활용해 국제업무·관광·위락기능 등이 대폭 확충된다.
수원·안산·시흥 등 기존 도시에 업무, 상업, 문화 등 도시기능을 확충해 서울에 집중된 공공행정, 금융 등 중추업무기능의 분산 수용여건을 조성한다.
수원~인천간 복선전철을 건설해 도시기능을 활성화하고, 공항~송도신도시간 제2연륙교를 건설하는 한편 수도권 서북부와 동남부지역의 연계성을 높여 수도권 지역간 기능분담체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제2수도권 외곽순환도로를 건설한다.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하고 화폐도 원화·달러·유로화·엔화 등 세계 각국 통화를 자유롭게 통용하며, 외국인의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전용 주거단지, 외국계 병원과 약국·카지노·요트장 등이 들어선다. 경제특구에 입주한 외국업체에 대해선 홍콩·싱가포르 수준의 각종 혜택도 부여한다.
반면 기존 경인축에는 국제비즈니스 중심 도시 구현에 걸맞는 기능을 선별적으로 배치해 국제비즈니스 인프라를 확충한다. 제3활주로 건설, 관세자유지역 지정(30만평), 국제업무지역(15만평) 개발 등으로 인천국제공항을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육성하며, 인천국제공항철도(서울∼인천공항)를 조기 건설해 국제비즈니스 중심축 기능을 적극 지원한다.
재경부 한 관계자는 “수인축 경제특구 구상은 우리 경제의 발전전략이자 생존전략”이라며 “가능한 행정지원을 총동원해 외국인 투자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관광·업무·주거의 ‘3박자’ 갖춘 다목적 신도시=경제특구 개발 예정지 내에는 영종도·김포매립지·송도매립지·시화지구와 같은 대규모 미개발지가 포함됐다. 그만큼 개발 잠재력이 충분하단 얘기다.
우선 인천공항지구 동쪽의 영종도 지구 1천100만평은 관광·레저·주거단지와 함께 조립생산 중심의 산업단지가 들어선다.
인천공항지구 인근 용유·무의도 지구는 외국자본을 적극 유치, 국제적인 관광·위락단지를 건설하며, 김포매립지(480만평)는 대규모 화훼단지, 테마파크, 스포츠시설을 갖춘 휴식공간으로 개발된다.
특히 김포매립지는 여의도 금융타운과 가까운 지리적인 여건을 살려 외국계 금융기관과 주거단지가 조성된다.
송도신도시도 다국적 기업의 거점도시로 개발된다. 특히 영종도와 송도를 잇는 연륙교를 2008년까지 완공, ‘10분 통행권’으로 묶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또 경제특구를 경기도 일산 숙박단지(30만평), 서울 상암동 디지털 미디어 시티(17만평) 등과 연결하는 순환도로망도 구축할 계획이다.
* 대규모 주거타운 형성=경제특구의 개발 효과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리지만, 일단 수인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주거단지가 형성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 개발안대로라면 영종도·김포매립지에는 대단위 주거단지가 건설된다. 분당·일산·평촌 등과 같은 기존 신도시는 주거기능만 있고 산업기능이 없는 ‘서울 의존형’ 베드타운인 반면 경제특구내 주거단지는 직장과 연결된 ‘직주근접(職住近接)형 신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올해부터 10년간 임대료가 시중보다 40~50% 저렴한 국민임대주택 50만가구 등 총 100만가구의 장기임대주택을 선설, 전체 주택 재고량의 3.4%에 불과한 장기임대주택 비중을 10%로 올린다. 이에 소요되는 건설비 29조300억원 중 재정과 국민주택기금에서 21조1천억원(재정 8조8천억원, 기금 12조3천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100만가구 건설에 소요되는 택지는 약 2천400만평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 비도시지역의 개발가능지역, 기존 시가지내의 개발잔여지 등을 활용해 공공택지를 지속적으로 확보, 매년 240만평을 공급한다.
또 지난 2001년 주택보급률 89.5%에 불과한 수도권지역에 대해선 2006년까지 매년 30만가구씩 총 150만가구의 주택을 건설해 수도권 주택보급률 100%를 달성한다. 이를위해 소요되는 택지 3천750만평 중 2천850만평을 공공택지로 공급한다.
이와함께 외국인 상대의 교육기관이나 외국대학 분교 등이 들어설 경우 서울 강남의 중산층 이상 여유 계층이 옮겨올 가능성이 높아 서울의 인구 분산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경제특구 건설이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엄청난 재원 마련과 수도권 이외 지역의 반발을 극복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지적했다.
닲외국인·전문가 반응=정부의 경제특구 건설 방침에 대해 외국인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본무역진흥회(JETRO) 고바야시 나오히토 투자고문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조치”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홍콩·상하이·싱가포르 등과 같은 경쟁상대를 앞서려면 과감하고 실효성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경제특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좀더 파격적인 지원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디트리히 폰 한스타인 한국바스프 사장도 경제특구 방침을 반기면서 “싱가포르·홍콩 등에 산재해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아태 지역 본사를 유치하려면 완전한 외환자유화 조치 및 세제 혜택을 다른 도시들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인축을 중심으로 한 경제특구가 수도권 집중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희연 충북대 교수는 “정부가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분야별 분담 전략도 세우지 않은 채 수도권에 경제특구를 세우는 것은 국토 균형 개발을 포기한 것”이라며 “수도권 집중이 더욱 악화될 뿐 아니라 지방 경제가 황폐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양호 국토연구원 국토계획환경연구실장은 “경제특구로 인해 수도권이 과잉 개발되면 과밀화에 따라 기업 환경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며 “수도권에 경제특구가 필요하다면 규모를 대폭 줄이고 생산기능을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영규기자 ygk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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