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친미가 아닌 ‘知美·用美’를

반미, 친미라는 말 자체가 당치않다. 반미가 아니면 친미로 매도하는 흑백논리 역시 위험하다. 미국에 적개감이나 맹종감을 갖는 일방적 감성은 국익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평택시민단체협의회가 갖는 미군철수반대 집회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한·미관계는 이미 여러 경로로 떼어놓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면서 냉온탕같은 부정적·긍정적 기압골의 변화를 거쳐왔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양국의 국익을 추구하는데 있다. 반미도 친미도 아닌 미국을 알고 미국을 이용할 줄 아는 지미(知美), 용미(用美)의 적극적 사고(思考)가 있어야 한다. 미국이 미우니까 반미해야하고 그러므로 미군도 철수해야 한다는 게 극히 일부인 그들의 반미감정이다. 북이 남을 공격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환상에서 핵을 갖든말든 상관이 없다고 여기는 것이 또한 반미론자들의 무책임한 지론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대미 시각을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문제다. 노 당선자의 대미정책은 수평관계의 유지이지 미국을 배척하자는 것은 아니다. 노 당선자는 당선 후 이미 그같은 대미외교 입장을 밝혔고 북핵 동결을 위해 힘쓰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 이탈하고, 수출이 둔화하고, 국제 신인도가 떨어지고, 국내기업이 위축되고, 마이너스성장으로 민생이 엉망이 되든말든 그래도 반미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우긴다면 그같은 반미 의도의 실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차기정부가 재벌개혁에 충격을 피하는 것도 경제안정을 위해서다. 노무현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는 자율·점진적 재벌개혁을 다짐하고, 또 특정그룹을 겨냥한 개혁은 있을 수 없다고 밝힌바가 있다. 재계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인수위의 이같은 조치는 대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민생을 위한 것이다. 하물며 여중생 사망 정서를 틈타 반미·철군으로 왜곡하는 불법집회 주도는 진정 누구를 위해 선동하는 구호인지 무척 궁금하다. 자국에서도 이제 공공연히 철군론이 거론되곤 하는 미국의 일부 여론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세계적 신용평가단이 정부에 우려를 나타낸 게 겁나서가 아니다. 국익을 위해서다. 일본은 우리보다 더 잘 살면서도 우리보다 더 미국과 가깝게 지낸다. 일본의 국익을 위해서다.

반미나 친미를 더 말하는 것은 이래서 부질없다. 미국을 알고 이용하고자 하는 지미·용미의 국익앞에 그같은 구호는 참으로 공허하다.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국제사회에서 미국은 어떻든 상대해야 할 나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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