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말로는 쉽지만 실천하긴 어려운 일들이 참 많다.
그래서 이처럼 어려운 ‘사랑’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이들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우린 그들을 ‘날개 없는 천사’라고 부른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쓸쓸하게 말년을 보내던 미망인이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친 어머니 이상으로 돌봐주고 장례까지 치뤄줬다면 날개 달린 천사보다 더 천사같지 않을까.
의왕시청 임명본 지역경제과장(56)이 바로 그런 이웃이다.
그는 이름 없는 사찰에서 혼자 여생을 보내다 지난 1일 타계한 전쟁 미망인 한금화 여사(77)의 장례를 치뤄줬다.
그가 전쟁 미망인을 알게 된 건 지난 95년. 당시 그는 사무관 승진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의왕시청 부근 한 사찰에서 시험준비를 하던중 고 한 여사를 만나게 됐다. 한 여사는 남편이 6·25전쟁에서 공을 세우고 전사하자 세상을 등지고 이곳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보내고 있었다. 임 과장은 한 여사로부터 남편이 해방 이듬해 국방경비대에 지원, 입대한 뒤 6·25전쟁에 참전, 화랑무공훈장을 받았으나 전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한 여사는 세딸도 잃었고 그 충격으로 한많은 세상살이가 시작됐다.
그는 지난 96년 7월부터 한 여사 남편의 훈장을 찾아 주기 위해 춘천시청과 춘천지방병무청, 육군본부, 국방부, 보훈처 등 관계 기관에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직원들로부터 “왜 남의 일에 그렇게 신경을 쓰느냐”는 핀잔도 들었고 오해도 받았지만 마침내 지난 96년 12월 화랑무공훈장과 훈장증서를 찾았다.
한 여사가 남편의 훈장을 잃은지 42년만이었다.
이후 한 여사는 수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보훈원에서 생활하다 이승을 떴다.
임 과장은 “어머니라고 생각하고 훈장을 찾아주고 장례도 치뤄드렸고 생전에 어머니에게 하지 못한 효도를 내 어머니라고 생각하고 실천했을 뿐”이라며 쑥스러워 했다.
/의왕=임진흥기자 jhl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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