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농협 '카드혼란' 현실로...

<속보>농협 고객예치금 ‘도둑인출 사건’(본보 22·23·25·27일자 1면, 24일자 19면 보도)의 피해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농협이 26일부터 지역농협의 기존 현금카드 사용을 전면 금지 조치함에 따라 자동화기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려다 낭패를 겪는 고객들이 속출하는 등 우려했던 ‘카드대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7일 직원들에게 설 보너스 지급을 위해 농협중앙회 수원 송죽동지점을 찾은 자영업자 이모씨(52, 수원시 장안구)는 자동화기기에 카드를 넣자 ‘이 카드는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란 메시지를 받았다. 이씨는 “수원농협 우만지점에 가서 교체·발급받으라”는 은행직원의 말을 전해듣고 황당해 했다.

이씨와 같이 농협이 26일부터 지역농협의 기존 카드 사용을 전면 중지한 사실을 모르고 농협 등 시중은행의 자동화기기에서 돈을 인출하려다 낭패를 당하는 고객들이 속출하고 있다.

또 여러 장의 농협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고객들은 무슨 카드를 교체·발급받아야 할 지를 몰라 은행직원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등 카드교체·발급에 따른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

이날 수원농협 정자지점에는 한 고객이 여러 장의 카드를 들고와 “바꿔야 하는 지역농협 카드가 뭐냐”고 은행직원에게 묻는 웃지 못할 장면도 목격됐다.

더욱이 지역농협은 월말과 설이 다가오면서 신권교환 및 공과금과 신용카드 대금을 납부하러 온 고객과 일반 입·출금을 위해 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카드를 교체·발급받으려는 고객들과 뒤엉켜 대기번호표를 뽑고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만 했으며 일부 고객들은 은행에 들어서자마자 “사람이 너무 많다”며 발길을 되돌리는 등 북새통을 연출했다.

반면 지역농협보다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인 농협중앙회 각 지점에는 지역농협 카드를 중앙회에서 교체·발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찾아온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농협중앙회 수원대평지점 관계자는 “매일 수십명의 고객들이 카드교체·발급을 위해 찾아오고 있지만 중앙회와 지역농협의 전산시스템이 달라 인근 지역농협으로 되돌려보내고 있다”며 “이 때마다 헛걸음하고 되돌아가는 고객들의 욕설을 듣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농협 관계자는 “현재로선 고객들의 기존 현금카드 이용 불편에 대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휴면계좌를 제외한 카드교체율이 70~80%를 상회하고 있는 만큼 고객들의 조속한 카드교체를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고영규기자 ygk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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