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컬럼/김훈동 예총수원지부장, 그의 다짐?

김훈동 예총수원지부장, 그의 다짐?

대중예술만이 아니다. 순수예술도 마찬가지다. 관중이 없는 예술은 공허하다. 예술을 위한 예술은 존립의 기반이 있을 수 없다. 인성의 애환, 즉 인류의 시대적 고락이 담긴 예술이어야 관중이 있다. 다만 평가의 시기는 다를 수가 있다. 극작가 베데킨트는 19세기 후반의 자연주의, 20세기 초반의 신낭만주의 장르를 거부했다. 인습 타파의 기성 도덕관에 항거한 그의 작품은 표현주의 선구자라는 후대의 평가를 받고 있다.

차이코프스키 작곡의 ‘백조의 호수’는 1893년 사후에 비로소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태양의 화가’로 불리는 고흐의 정열적 작품은 오늘날 루브르박물관의 백미로 꼽히지만 생전엔 그림을 사는 이가 없어 팔지 못했다. 국내 작가 이상, 화가 이중섭의 작품 역시 사후에 그 천재성이 더욱 빛을 뿜고 있다. 물론 생전에 명성을 떨쳐 사후에도 성가를 누리는 국내외 예술인들 또한 숱하게 많다. 분명한 것은 시기가 어떻든 관중이 없는 예술은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 예술의 세계라는 사실이다. 이는 또 무명에서 유명 예술인으로 가는 피할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위대했던 예술인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한 나라의 예술 공간을 형성하는 지역사회 예술 역시 사정은 같다. 백만 수원시민을 관중으로 동반할 수 있는 예술활동의 활성화를 다짐하고 나섰다. 지역사회를 창작 기반으로 삼으면서, 모든 예술 분야의 감각을 지역사회와 접목하겠다고 한다. 예총산하 각 단체의 예술활동에 관중 참여를 어떻게든 유도해 관중이 없는 예술행사는 더 이상 없도록 하겠다고 한다. 수원시 미술전시관을 미술인이 전담하는 미술관으로 승격시켜, 작품을 기업이 구매해 미술관에 영구 임대하는 형식으로 내실을 기해 지역사회 미술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한다. ‘예술인 섭외창구’를 두어 각 기업이나 단체행사 때 연예사회, 악단연주, 음악공연, 작품낭송, 국악명창, 무용발표 등 공연예술 지원으로 비전업 예술인들을 돕겠다고도 한다.

수원예술문화축제를 ‘페스티벌 시티 수원’으로 개칭, 속이 꽉찬 전향적 축제행사로 예술인 저들만의 고독한 잔치가 아닌 신바람 나는 지역사회의 잔치로 승화시키겠다고 한다. ‘예술학교’와 ‘예술감상법강좌’ 등을 공공건물을 이용하여 수시로 개설, 청소년과 기성인들의 예술 소양을 기르겠다고도 한다. 전업 예술인을 위한 예총발전기금 등을 조성하고 수원 지역사회의 유력 인사로 100인의 ‘수원예술발전위원회’를 구성, 지역예술발전의 초석으로 삼겠다고 한다. 각 기관 단체 등에 활발한 로비로 지역예술을 위한 행정적 뒷받침도 얻어내겠다고 한다.

얼마전 유력한 경쟁자와 가진 예총 대의원 투표에서 16 대 14표로 2표를 앞서 뽑힌 김훈동 예총수원지부장의 당찬 신임 포부다. 농협경기지역본부장을 마지막으로 30여년 몸담았던 농협을 떠났다. 지난 총선 땐 국회의원에 출마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때문인지 자신은 정치인도 정치꾼도 아님을 강조한다. 대학시절 시문학지를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만 보아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시집으로는 ‘우심’(雨心) ‘억새꽃’ 등이 있다.

연부역강한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대부분의 위대한 국내외 예술인들은 지방출신이었다. 시민과 함께 하는 예술의 활성화와 더불어 지역사회 여러 분야의 예술인들이 앞으로 평가받는 두각을 나타낼 계기가 되면 좋겠다. 그의 다짐을 지켜보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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