姓氏논쟁, 평등권 위배인가?

친아버지 성씨를 따르도록한 민법규정이 남녀 평등권 위배라는 주장이 또 제기됐다. 전에도 이같은 주장이 여성계 가운데 없지 않았으나 이번엔 한 법관의 위헌심판 제청에 의해 재연됐다. 이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소관이긴 하지만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혈통 중시의 현행 성씨 제도를 평등권 위배로 보는 것은 성씨의 고유성이 부정되므로 동의하기 어려운 게 본란의 생각이다. 부계 성씨 승계는 인간으로서 혈통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물론 자녀는 모계가 있으므로 가능하여 부계 승계는 비록 반쪽 혈통을 지키는 것이긴 하나, 인간의 혈통 확인에 더 좋은 다른 대안은 없다.

부부의 성을 합쳐 자녀의 성을 만든다지만 성씨의 고유성이 없어져 성씨의 의미가 상실된다. 문제가 된 이번 위헌제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전 남편의 자녀가 새아버지의 성씨를 따라야 한다면 이는 혈통 승계의 고유성이 부정돼 성씨 자체가 무의미 하다. 새아버지와 성씨가 다르므로 겪는 자녀의 고통을 덜어 준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친권의 남용일 수가 있다. 나중에 자녀가 성장하여 어머니의 재혼 편의로 인해 자신이 엉뚱한 혈통의 성씨를 갖게된 것을 알 때 과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재혼녀의 데리고 간 자녀를 위한다기 보다는 재혼녀 자신을 위해 전남편 소생에게 새남편 성씨를 요구하는 면이 있을 수 있지 않은가 고려해 볼 일이다.

만약 재혼에 그치지 않고 또 재재혼을 한다면 그 때마다 데리고 간 자녀의 성씨를 바꿀 경우, 자녀의 인격권은 무참해질 수 밖에 없다. 서구사회나 일본에서는 여성이 결혼하면 남편의 성씨를 따라야 하지만 그같은 일이 평등권 위배로 주장되는 것을 듣지 못했다.

혈통이 무시된 새아버지 성씨 따르기는 새아버지, 새어머니의 원래 자녀들, 그리고 재혼해서 낳은 자녀들 사이에 후일 복잡한 법률적 문제가 야기된다. 그보다는 재혼이 보편화된 세상에서 데리고 간 자녀의 성씨가 비록 새아버지와 다를지라도 당당히 여기는 것이 더 떳떳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새아버지의 성씨가 아니고 새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이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논의되곤 했던 이 문제에 드디어 법률적 기속력을 지니게 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앞으로 어떻게 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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