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1시께 국회의사당앞.
국회가 이날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을 처리하는 것과 관련, 반전시위자를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전경대원들은 “명분없는 전쟁에 대한 파병을 반대하는 이 사람들의 주장이 맞다”면서 “위에서 시켜서 나와서 진압을 하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파병 동의안 처리를 저지할 목적으로 모인 시민단체와 시위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집회와 시위를 산발적으로 벌였으며 이중 일부는 국회 의사당 안으로 기습 진입을 시도, 경비원들에 의해 끌려나가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대한민국 정치 중심지 국회의사당에서 이라크전과 관련된 국민적 저항이 거세지자 이른바 ‘권고적 결의’(민주당), ‘조건부 찬성’(한나라당) 등을 통해 파병안을 통과시키려던 정치권은 비상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청와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파병 결정시 스스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말했던 노무현 대통령 역시 확산되는 반전 여론에다 이라크전 장기화 조짐 및 국제사회의 비판론 고조까지 맞물리면서 파병안 처리대책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이날 파병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각각 양분된 상태.
찬성하는 쪽은 50여년간 동맹관계를 형성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만큼 동맹국으로서 도와주는게 당연하며 당면 현안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확고한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이다.
반면 반전을 주장하는 쪽은 이번 전쟁은 유엔의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침략전쟁’으로 헌법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는 논리다.
특히 반전시위에 나선 인사들은 찬성론측의 ‘국익론’ 주장에 대해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력에 의한 이라크 사태 해결에 정부가 파병까지 하며 편들고 나설 경우, 비슷한 상황인 북핵 문제를 푸는데 ‘전쟁 반대, 평화적 해결’을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설득력있게 주장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이날 민주, 한나라당 모두 본회의에 앞서 가진 의원총회에서 파병동의안에 대한 당론투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유엔 동의를 얻지 못한 명분없는 전쟁에 국군을 파병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또 개혁성향 의원들의 경우 이날 본회의에서 반대토론과 의사진행 발언 등을 통해 동의안 처리를 저지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기도 했다.
당초 파병에 대해 중립적이거나 찬성론을 개진했던 한나라당의 대다수 의원들도 파병 반대로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결국 국회에는 이날 오후 2시께 열 예정이던 본회의를 2시간이 지나도록 열리지 않았으며 끝내 파병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한채 여야 총무들은 ‘추후 결정’ 즉 연기합의만을 도출하고 말았다.
/최 인 진 정치부 차장 ij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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