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경찰 노릇하기

우리나라만큼 경찰 노릇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나라도 없을 것 같다. 역사적 연유도 있겠지만 많은 국민들이 경찰을 어찌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만만한 대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별다른 이유없이 술먹고 파출소에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일이 다반사인 작금의 현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런 현상은 경찰 스스로 자초한 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사회 및 정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받아줄 동네북 역할을 해온 것도 부인 못할 주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경찰을 만만하고 그렇고 그런 조직으로 평가할지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그것은 곧 우리 사회와 국가의 손실이며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생각해 볼때 여중생을 죽였다하여 감정대로 시위대가 미군 영내로 진입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면 그래서 미군이 방어차원에서 우리 시위대에게 발포를 한다든지 위해를 가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 결과는 상상하기도 끔찍할 것이다.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사권 독립 문제만 해도 그렇다. 법률지식이 부족하고 인권의식이 희박한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면 방대한 조직까지 갖춰 적정한 형벌권을 행사하지 못함은 물론 인권침해행위가 자행될수 있다는 우려가 반대층의 주요 논리인 듯 하다.

그러나 일본의 예에서도 알수 있듯이 수사권이 독립되면 경찰에는 지금보다 훨씬 고급인력이 충원될 수 있고 자연히 법률지식 뿐만 아니라 인권의식도 높아져 그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경찰 스스로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제대로 할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유재철·의정부경찰서 형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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