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언론개혁은 정보공개부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언론관이 바뀌었나?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내가 각종 정보 보고를 받지만 여러 정보 중에서 중요한 게 언론정보”라며 “언론보도를 더욱 중시해 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주문한 바 있다. 노대통령은 “좋은 보도와 나쁜 보도를 구분하고 대응방안을 보고토록 한 것은 언론과 대적하거나 갈등을 일으키자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보도가 활용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했다.

“열심히 일한 대로 정확하게 전달되는 게 홍보의 핵심과제”라며 “잘못을 지적한 보도는 보고서를 (내게) 내주면 그 보고서로 각 부처와 개인을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2일 국회에서 행한 대통령 국정연설 중 언론관련 언급과는 상당히 비교된다.

“정부는 부당한 왜곡보도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오보에 대해서는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로 대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민·형사상의 책임도 물어나갈 것입니다.”

이런 말도 했다. “그동안 대통령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었던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사정권이 끝난 이후에도 몇몇 족벌언론은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를 끊임없이 박해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5년 뒤에 국민의 칭송을 받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라’고 당부하지만 그러나 이러한 (현재의) 언론 환경하에서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스스로 회의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기야 과거 역대 대통령도 언론과 친(?)한 사람은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자주 드러냈다. 1976년 연두회견에서도 언론을 비판했다.

“정권 내 놓고 물러가라. 대통령도 그만 두고 물러가라. 이런 소리가 함부로 막 나오고 또 몇몇 신문에 대문짝처럼 이것이 보도되어서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것은 이 사람들이 이런 소리를 막 떠들고 신문에 쓰면서도 우리나라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언론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정부를 비난하고 비방을 하고 이런 소리를 신문에 막 쓰고 할 수 있느냐 이것입니다.”

노태우 대통령 역시 나쁜 뉴스에는 몹시 역정을 냈다.

“자나 깨나 일주일 열흘이 지나도록 똑같은 것을 가지고 써대니 우리 스스로 눈 코 귀 나아가 심장까지 찔러 스스로 죽자는 얘기냐? 병자가 생기면 유능한 의사에게 맡겨야지, 이 사람 저 사람이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처방하면 환자가 살아 나가겠느냐? 언론이 제발 균형감각을 가져달라.”(한겨레 1991.2.22)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는 일방적으로 상호견제하는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다.

역대 통치자들은 언론의 비판이나 도움 없이는 효율적인 정책을 펴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언론의 그같은 기능 없이도 성공적인 통치를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던 것 같다. 언론 역시 통치의 깊숙한 내면을 잘 알지 못한 채 비판을 위한 비판을 일삼다가 스스로 규제의 굴레를 뒤집어 쓴 일도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1년 해양수산부장관 시절 “조폭적 언론의 횡포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언론보도를 더욱 중시해 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주문한 노대통령의 의중이 혹여 권투처럼 치고 빠지는 식의 ‘언론다루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진정한 언론개혁은 기본적으로 정보통제가 아니라 정보공개의 환경에서 가능한 것이다.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는 궁극적으로 국민을 잘 살게 하는 지름길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 사실을 현 정권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임병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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