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신당' 감상법

친노 성향의 민주당 개혁파 의원 22명이 앞장 선 신당 추진의 종착역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내 후보 경선 때 이미 점지했던 게 신당이다. 설사, 당장은 안되어도 언젠간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지금 당 대표까지 거명되는 모양이어서 정동영, 김근태 등 이름이 들린다. 궁금한 게 있다. 신당이 어떠한 당이냐는 것이다. 보수정당인지, 진보정당인지, 아니면 지금의 민주당처럼 보수·진보가 뒤섞인 짬뽕정당이 또 되는 것인지 이것을 알 수 없다. 진보정당의 색깔을 자신있게 들고 나서면 신당 창당의 이유는 된다. 개혁은 개혁파 의원들만의 전매 특허품이 아니다. 개혁은 보수 정치인, 보수정당도 한다. 다만 보수세력은 점진적 개혁, 진보세력은 급진적 개혁을 추구하는 것만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예컨대 국회의원 선서에 걸맞지 않은 캐주얼 차림으로 나서는 무례함이 개혁적인 건 아니란 사실이다. 이런 류의 개혁신당 명분같으면 신당창당의 설득력이 없다.

유행되는 요즘말로 코드가 맞는 사람들끼리 다시 헤쳐 모이자는 것 같다. 그건 좋지만 그 코드가 이념 중심이 아니고 사람 중심의 코드여서는 패거리 붕당이지 정당다운 정당은 될 수 없다. 건국 이후 숱한 정당이 사람 따라 권력 따라 명멸하였다. 이에 또 하나 더 보태어 5년 뒤면 깨질지 모를 신당일 것 같으면 아예 만들지 않고, 비록 코드가 덜 맞아도 지금의 민주당으로 가는 게 더 낫다. 이러면서도 신당에 관심을 갖는 건 신당이 범진보정당의 색깔을 분명히 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범보수정당의 출현 또한 가능하다. 쇠꼬리보단 닭대가리 되길 원하는 지금같은 소아병적 풍토의 보수 및 진보 진영의 다당체제에서는 미래가 보이는 정치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신당 출현이 범진보세력을 결집함으로써 보수·진보 양대정당 체제로 가는 정치권 개편의 계기가 되면 한국정치사에 크게 기여하는 대전환의 획을 긋는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에 주춤거리는 신당이 돼서는 역시 아무 의미가 없다. 신당이 내년 4·15총선에서 원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 신당 본연의 순수성이 훼손되는 이질적 합종연횡의 구태 정략이 개재되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헤쳐 모이고자 한다면 어차피 이념상 코드가 안맞는 당내 보수 정치인과는 깨끗이 헤어져야 한다. 당장은 손해가 날지라도 헤어지는 용기가 필요하다. 민주당 구주류로 표현되는 호남 표를 의식하는 신당의 갈지자 걸음은 신당다운 행보가 아니다.

진보세력은 한나라당 안에도 있고 한나라당은 이 점에서 신당 출현을 심히 경계하는 것 같다. 그것은 신당충격이 당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로 인해 자신들 당내 지위를 잃게 될 것을 염려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 기왕 신당을 만들려면 한나라당에 그같은 일대 충격을 주어 정치권의 대폭발이 일어나도록 하는 그런 신당이 나와야 한다. 그리하여 민주당도, 한나라당도 그밖의 군소 정당도 모두 없어져 보수 대 진보 양대 산맥의 정당으로 헤쳐모이는 것이 발전적 정치권 개편이다.

만약 이를 위한 신당이 되고자 한다면 영남과 호남을 번갈아 쳐다보는 수서양단의 눈치놀음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또 철새 신당이 아니고 텃새 신당이 되게 할 요량이면 진보정당을 내세우는데 좌고우면할 이유 또한 없다. 신당 추진 세력은 객관적으로 이미 드러난 색깔을 보호색 삼기보다는 공격적 명분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말 그대로 친노 성향의 집단이 추진하는 짬뽕 신당에 그쳐서는 그 수명 역시 임기와 함께하는 단명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 신당 작업이 정치사상 찻잔의 미동일 것인지, 빅뱅의 폭풍일 것인지를 두고 보는데에 감상의 초점이 모아진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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