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추진 세력은 태도를 좀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신당이 구주류 인적청산을 속셈으로 하는 진보성향의 ‘노무현당’을 표방하는 것은 이미 감지된 사실이다. 그런데도 인적청산 배제와 진보정당이 아닌 개혁정당을 들고 있는 것은 표리부동한 처신이다. 신당 추진은 진보세력의 연대로 이뤄지고 당 밖에서도 계속 작동되고 있다.
우리는 진보세력은 아니지만 진보정당의 출현을 정치발전의 계기로 보아 긍정적으로 보고자 하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신당의 이번 진보정당이 기존의 군소 진보정당까지 모두 흡수하고, 보수정당 역시 대동단결하는 정계개편으로 명실공히 보수·진보 양대정당 체제가 되길 희망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신당 추진세력이 개혁정당으로 호도하고 지역주의 타파를 간판 삼는 것은 참으로 신당답지 않아 진부하다. 개혁정당이나 지역주의 타파는 비단 신당만의 간판이 될 수 없는 모든 정당에 공통되는 시대적 소명인 것이다. 신당의 개혁성이 기실 진보성향이면서 막연히 개혁만 내세우는 것은 신념의 희박성을 드러내는 것이며, 인적청산을 원하면서 결단을 주저하는 것은 여전히 호남 민심을 의식한 지역주의 의존의 자가당착이다.
보수 세력인 구주류도 마찬가지다. 신주류의 진보세력과 신당을 함께 해봐야 어차피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어정쩡한 동거상태를 면치못할 것을 알면서도 당내 논의를 고집하는 것은 구실 찾기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오늘과 같은 사태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로 결정나면서 이미 싹 텄던 것이며, 노 후보의 당선으로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진 숙명적 수순이다. 다만 분당의 책임도피, 그리고 서로가 유리한 명분 축적을 위해 갖는 신경전이 곧 지루한 지금의 신당 논쟁이다.
우리는 신주류의 신당 추진 세력이 여당 중 여당이고 또 구주류에 비해 능동적 입장에 있다고 보아 신주류가 이제는 단안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고 믿는다. 더 이상의 소모전은 신당세력에도 유익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정치발전을 저해하고 국가운영에도 유해하다. 신당을 막상 하자니 그렇고 안하자니 또 그렇다면 공식기구를 통해 당의 진로를 조속히 결정하든지 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정분리란 형식논리로 신당문제에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곧 있을 기자회견이 신당 추진의 분수령이 된다고 보아 책임있는 언급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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