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일정상회담의 ‘외화내빈’ 논평에 이어 오늘 다시 일본 사람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들 스스로가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다. 노무현 대통령을 국빈 초청한 일본 정부와 일본 사회는 국빈 예우에 걸맞는 3박4일의 일정에 소홀함이 없었다. 비록 두 나라 정상회담에 가시적 내실은 없었으나 우리의 국가 원수에 대한 배려만은 극진하였다. 일본이 지고무쌍하게 여기는 그들 왕과의 면담도 그렇고, TBC-TV를 통한 일본 국민과의 대화 편성도 그렇고, 일본 국회에서의 연설도 역시 그같은 예우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생각을 갖는다. 이미 거론한 유사법제 등은 중복을 피해 여기선 제외하더라도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우리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지 세시간도 안되어 자위대 이라크 파견법 제정을 지시하였다. 집권당인 자민당 총무회에서는 창씨 개명을 조선인이 원했다는 아소 간사장 발언을 두둔하는 말들이 또 나오기도 했다. 상대국 국빈을 초청하여 자기 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상황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언행이 노 대통령이 일본에 머물고 있는 시각에 자행됐다. 격식을 파탈하여 이해하는 것도 역시 격식이 있어야 하며 격식은 속내를 표현하는 그릇인 점에서 단순히 외형상으로만 간주할 수 없는데 문제가 있다.
실속없는 겉치레엔 머리를 끝없이 조아리면서도 실속있는 일에는 고개를 바짝 들며 눈 하나 가딱않고 처리하는 것이 일본 사람들의 이중성이다. 그러나 그런 이중성을 우리가 탓할 건 없다. 그렇게 해옴으로써 오늘의 부강을 일군 말하자면 저들의 살아가는 방법이 원래 그렇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캥기는 것은 일본 국민과의 TV 대담에서 대통령이 우리의 국민성을 절하시켰다는 사실이다. ‘내편 네편으로 편을 갈라 남북으로도 모자라 동서로까지 갈라져 국민간의 토론문화가 아쉽다’는 말을 자국 이익에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본에 가서 굳이할 필요가 무엇이냐는 강한 의문을 갖는다.
때 맞춰 국내 정치권에서 유사법제의 폐기를 촉구하는 강력한 반발이 있지만 문제는 우리의 국력이다. 일본 사람들이 진실로 이중성으로 대할 수 없는 진지함을 우리에게 갖게하기 위해서는 일본에 대한 말 성토보단 우리의 국력이 그만큼 더 강력해져야 한다. 대통령의 이번 방일을 계기로 국력 배양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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