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이 속속 산업현장을 이탈하고 있어 중소기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 불법체류자들을 사실상 합법화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외국인 근로자들이 보수가 적은 산업연수생 신분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기협중앙회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산업연수생은 4만4천여명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생산현장을 이탈, 잠적한 것이다.
지난 1월 851명, 2월 770명이었던 이탈자 수가 3월에는 1천121명, 4월에는 1천680명으로 늘어 났다니 불법체류자 증가면에서도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건설업종의 경우 월 평균 10~30명에 그쳤던 이탈자 수가 올해는 80명으로 늘어 대한건설협회가 회원사들에게 ‘연수생 이탈 방지 및 예방책’을 담은 공문까지 발송했다고 한다. 하지만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기협중앙회 등에서 정해준 기업체에서 적은 월급을 받고 일하는 것보다 불법체류자로 낙인이 찍히더라도 월급을 더 많이 주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낫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이로 인해 염색·가구·도금 등 노동집약 중소기업,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은 경기도지역의 경우 기존 산업연수생마저 이탈하면서 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의 산업연수생 제도 폐지와 고용허가제 실시 계획을 밝혀만 놓고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인력난과 외국인 관리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재정 국회의원이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허가 및 인권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이번 임시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 국회의원들이 여전히 시각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통과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더구나 여야 모두 신당 창당과 당권을 둘러싼 여러가지 현안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정작 입법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고용허가제 입법이 이번 국회에서도 무산되면 오는 8월말까지 출국기한이 유예된 불법체류자 20만여명에 대한 일제단속 및 강제 출국 조치가 불가피한 점이다. 그렇게 된다면 산업 인력 공백에 따른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외국인 관리에 혼란이 가중될 게 심히 우려된다.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허가 등에 관한 법률안 통과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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