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아침/경기도 실·국장들의 和와 同

최근 경기도청 실·국장급 간부들을 만나면 ‘너무 바쁘다’는 것이 이구동성이다. 손학규 지사가 연일 강조하는 경제불안 대비책, 참여정부하에서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중앙정부 정책에 대응하는 논리 개발, 국비보조금 확보 등 일일이 열거하기 조차 힘든 지시사항이 많으니 그럴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또 정부가 발표한 행정수도이전 대응책 마련, 코드가 안맞는 파주·김포 신도시 발표, 삼성과 쌍용의 발목을 잡는 공장총량제 규제 등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실·국장들에게는 짐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도민들을 위한 평시행정도 실·국장들에게 쉴 틈을 주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바쁜 일들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실·국들의 일하는 태도는 불만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바쁜 만큼 수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자신들이 책임을 지며 일을 추진해야 함에도 일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책임회피인지. 의외로 지사핑계를 대는 분(?)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A국장은 골치아픈 일은 하기 싫다며 물러서고, B 국장은 아직 지사님을 만나 보지 못했으니 소신을 밝힐 수 없으며, C국장은 지사와 생각이 다를수도 있다며 한발 빼는 상황에서 도 실·국장들에게 소신이 있다고 할수 있겠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청내 실·국장님들은 지사의 명령과 생각에만 따르는가. 정작 귀를 기울여 보면 그 것도 아니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지사님이 무리를 하셔’, ‘이런 것은 이렇게 해야 하는데’하는 식의 자기주장도 분명히 들려온다.

논어(論語) 자로편(子路篇)에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란 말이 있다. 이중 화(和)와 동(同)을 뽑아 그 의미를 살펴보면 화는 국과 같아 소금, 고기, 무, 물, 양념 등이 들어가 그 맛을 제대로 내게 하는 것이고 동은 물에 물을 타듯 아무 맛을 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왜 그런가 하면 이 글귀가 나오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중국 제(齊)나라 시절, 경공이 사냥에서 돌아오는 길에 재상이던 안영이 기다리고 있는데 간사한 신하인 양구거가 수레를 끌고 달려와 같이 마중을 하게 됐다.

이에 경공이 ‘양구거와 나는 마음이 맞는다’고 칭찬하자 안영이 이렇게 말을 했다한다. ‘군자는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신하된 자는 군자가 옳다하면 그릇됨이 없게 하고 그르다 하면 이를 바로 잡는 화(和)를 이루어야 하지만 양구거는 임금이 옳다하면 옳다하고 그르다 하면 그르다고 하니 어찌 주관없는 동(同)이라 하지 않겠는가’

실·국장들이 불도 되고, 물도 되고, 고기도 되고 때에 따라서는 짠 맛을 내는 굵은 소금도 돼야 한다. 도정은 지사만이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1천만명이나 되는 거대 웅도를 어찌 도지사 혼자에게만 책임을 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최근 도 본청 내외에서는 전임 지사시절을 회고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전달해 보면 ‘예전에는 실·국장들과 상담을 하면 가능한 해 보겠습니다라는 말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지사님께 보고해 검토해 보겠습니다라는 말이 더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사를 대신해 책임지는 실·국장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나라 양구거와 다를 바가 없다. 부하는 자신의 소신과 책임으로 수장을 보필하고 수장은 그런 부하를 믿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때 1천만 도민이 맞고 있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실·국장님의 화(和)를 기대해 본다.

/정일형.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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