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신효순·심미선양의 1주기를 맞는다. 그동안 두 여중생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국민적 심정이 전국적인 촛불 시위로 이어진 것은 그 진행과정에서 혼란이 없지 않았으나 대체적으로 보아 순수한 마음의 발로였다.
오늘 또 서울과 전국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양 살인사건 범국민 대책위원회’(범대위)는 촛불시위와 토론회 등 추모행사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으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오늘을 기점으로 반미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한 데다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신효순·심미선양의 사고는 분명히 우리가 처한 비극이며 그래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1주기를 맞아 두 여중생의 부모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심경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첨에는 순수한 촛불시위였어요. 국민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줄 알았는데 한두번 참가하고서 그게 아니었어요. 점점 반미로 가는 것 같아.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었어요. 그 사람들이 애를 그렇게 죽였지만 그런 정도의 적개심은 없었죠.”
“솔직히 우리 부모들 마음은 집회를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사회단체에 계시는 분들이 하는 추모집회가 꼭 추모 목적은 아니잖아요. 소파(SOFA) 개정이나 그런 행사니까 우리가 해야 된다 말아야 된다라고 관여할 문제는 아닌 듯 해요.”
두 여중생의 부모는 “국민께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죄스럽기도 하지만 과격한 반미는 원치 않는다”고 했다. 또 “집회를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으며 소파 개정에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이들 부모의 마음이 아니더라도 한·미 양국은 두 여중생의 불행을 교훈으로 삼아 한미우호관계 개선은 물론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하는 데 더욱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전국 71개 지역에서 100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추모행사가 평화적이고 질서를 유지하는 가운데 경건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치러지는 추모행사만이 돈독한 한미관계, 균형된 동맹관계를 발전시키고 신효순·심미선 양의 불행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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