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다니기 싫어요…5년만 한국에서 일하게 해주세요”
외국인 고용 허가제 법안의 6월 임시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가운데 오는 8월 유예기간이 끝나는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강제출국에 따른 불안감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17일 오후 4시께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주택가 지하에 위치한 인도네시안 전용 음식점인 N카페.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저녁시간에 대거 몰리는 이 식당 주방에는 수보르씨(31)와 애지아돈양(30), 아시양(25) 등 3명의 인도네시안이 일하고 있다. 3년전부터 불법 체류중인 이들은 저녁때가 이른 시간이었지만 식당 한켠에 마련된 주방에서 저녁 식단준비에 한창이다.
이 식당의 사장은 한국인이지만 사장이 직원들과 수익을 공동분배, 이들은 모두 자신이 사장인 것처럼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이들에겐 큰 걱정이 하나있다. 오는 8월이면‘코리안 드림’을 이루기도 전에 정든 식당을 떠나 귀국해야 하기 때문이다.
3년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수보르씨는 안양 단추공장에서 월 50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4개월을 근무하다 도망나와 불법 체류자가 된뒤 안산 도금업체에 취업했으나 사장과 한국인 동료들의 횡포로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이후 N카페에 취업, 돈도 벌고 인간적인 대우도 받는 등 꿈이 조금씩 실현되는 마당에 ‘외국인 고용 허가제’가 표류되면서 오는 8월말이면 꿈을 접어야 할 형편이다.
“어차피 단속이 시작돼도 출국하지 안을 거예요. 숨어지내며 일해야 지요”라고 말하는 수보르씨는 한국에서 불법 체류자로 숨어지낸 시간이 떠오른 듯 미간을 찌푸렸다.
현재 국내에는 외국인 노동자 37만명 가운데 산업연수생 등 합법 체류자는 8만명이고 나머지 29만여명이 불법 체류자다. 이 중 체류기간 3년미만의 8만여명은 내년 3월까지 출국이 유예됐으나 20여만명은 국회에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통과되지 않을 경우 8월에 출국해야 한다.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 김재근 사무차장은 “외국인 노동자뿐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들을 위해서라도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국회에서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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