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동생존 전략인 ‘윈윈(Win-Win)’이 공연장과 예술단체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예술단체는 공연장(문화예술회관 또는 시민회관)에 저렴한 임대료로 상주 또는 입주해 연습장소 등 공간을 확보하고, 공연장은 낮 시간대의 공간 활용도를 높이며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기 때문. 또 예술단체와 공연장이 상호협력 하에 지역주민을 위한 다채로운 기획공연 등을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트리플 윈(Threeply - Win)’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
도내에서는 과천과 군포시민회관이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고 있다.
◇ 신극장 경영모델- 과천시민회관
과천시민회관은 지난 6일 ‘극단 모시는사람들’을 입주시켰다. 이는 지난해 서울발레시어터를 입주시킨 이후 두번째다.
회관의 운영을 맡고있는 과천시설관리공단은 올초 ‘공동사업 경영분석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서울발레시어터와의 사업평가를 내렸다. 이 보고서는 발레시어터와의 공동사업이 크게 세 가지의 수익을 낸 것으로 분석했다. 첫째는 지난해 문화사업 총 수익의 상당부분이 발레시어터를 통해 나왔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발레’라는 문화·예술 장르를 뿌리내려 과천시민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제고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발레시어터의 잦은 공연과 홍보 등으로 과천이 문화도시로서의 ‘브랜드 이미지’가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이 세번째다. 이 때문에 회관 측은 모시는사람들이 입주를 신청했을 때도 적극적이었다는 후문이다.
◇ 지역주민에게 문화·예술의 향수 제공
과천시민회관에 입주한 서울발레시어터는 지역주민들에게 ‘재미있는 발레’, ‘발레아카데미’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발레를 친숙하게 만들고 있다. 또 올해 입주한 극단 모시는사람들도 다양한 레퍼토리 개발과 함께 ‘청소년 뮤지컬 교실’ 등을 마련, 지역 밀착형 문화·예술활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비단 과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군포시민회관에 입주한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1년에 2회정도 군포시민에게 무료공연을 선사하고 지역주민을 위해 시에서 주관하는 ‘찾아가는 음악회’에 무상으로 출연하고 있다.
또 안양문화예술회관에 상주하고 있는 안양윈드오케스트라는 각 팀별로 매년 무료 야외음악회를 마련하고 있으며, 금난새 지휘자가 이끄는 유라시안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서울의 국립중앙도서관에 상주하며 공동기획으로 매년 10회씩 ‘도서관 음악회’를 열어 지역주민에게 문화·예술의 향수를 전하고 있다.
◇ 더나은 문화·예술 공동체를 위한 전략
군포시민회관에 입주한지 3년을 넘어선 프라임필하모닉(단장 김홍기)은 연간 90여회의 공연을 갖고 있다. 이 중 연 6~7회 정도는 자체 기획공연이고 나머지는 발레나 오페라 등 타 예술단체와의 협연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시·도립 예술단체에 비하면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환경.
2001년에는 시가 프라임필하모닉의 명칭 앞에 ‘군포’를 붙이는 조건으로 일반 시·도립 예술단 1년 운영비의 1/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하고자 했으나 의회에서 2년째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프라임필하모닉 뿐 아니라 타 민간예술단체들도 행정기관의 지원금을 받기란 쉽지가 않다. 이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예술단체가 느는 형편.
현재 전국문예회관연합회에 등록된 도내 공연장은 10여곳.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을 합치면 수십여 곳이 된다. 하지만 아직도 낮에는 텅 비어있는 공간들이 많다.
재정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서 1년에 수십억원의 운영비가 들어가는 예술단체를 창단할 것인가, 얼마의 지원을 통해 민간예술단체를 지역으로 끌어 들여 지역주민을 위한 서비스 행정을 할 것인가.
프라임필의 김홍기 단장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립예술단을 만들려면 엄청난 예산이 드는데 지역의 예술단체와 잘 연계하면 적은 예산으로 풍성한 공연을 열어 지역주민들의 문화향수 기회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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