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한 경기도청 직원들의 행보는 가히 사투(死鬪)에 가까워 보이기에 애처롭기까지 하다. 지난 22일 미국행에 나선 손학규 지사도 비행기를 타기전까지 삼성전자 반도체와 쌍용자동차 공장 증설문제로 서울을 수시로 오갔고 23일에는 경제투자관리실 직원들이 국회의원들만으로는 ‘모자란다’는 의식으로 보좌관들까지 설득하기위해 상경했다고 한다. 이런 공무원들의 사투에 최근에는 200여개 삼성전자 협력업체들까지 나서 1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정부 탄원서까지 마련한 것을 보면 수도권규제법은 경기도 입장에서 본다면 가히 악법(惡法)이 아닐 수 없다.
공직사회나 이 법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들, 혹은 어쩌다 기업을 꿈꾸었던 사람들은 ‘정부나 경기도가 내세운 동북아 중심을 이루려면 수도권정비계획법부터 풀어헤쳐야 한다’는 것이 이구동성(二口同聲)이다. 수정법은 지난 1982년 12월 법률 제3600호로 제정돼 공포된 후 1994년 대대적인 손질을 고쳐 재제정됐다. 목적은 수도권 정비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의 수립과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 및 산업의 적정 배치를 유도하여 수도권의 질서있는 정비와 군형있는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구·산업 등의 배치, 인구 집중유발시설 및 개발사업의 관리, 광역시설 상수도시설의 정비 등을 내용으로하는 수도권정비계획의 수립, 과밀억제권역·성장관리권역·자연보전권역으로 구분해 그 안에서 행위제한,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규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전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수도권을 규제한다는 논리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법이 제정된 시기가 1982년이라면 그 실효성을 따져볼 때가 됐다는 주장도 한켠 일리가 있다.
‘20년전 만들어진 법이 과연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느냐’는 의문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으니 말이다.
마태복음에 예수가 한 말이 이렇게 기록돼 있다. ‘부자가 집을 떠나면서 세 하인에게 능력에 맞게 달란트(그 당시 은이나 화폐의 가치를 측정하는 수단, 훗날 탤런트의 어원이 됐다고 함)를 나눠 주었다. 한 하인에게는 한 달란트, 두번째 하인에게는 두 달란트, 세번째 하인에게는 다섯 달란트를 나누어 주고 장시간의 여행을 떠났다. 여행에 돌아와 보니 다섯 달란트를 받은 하인은 장사를 해 열 달란트를 내놓았고 두 달란트를 받은 하인 역시 네 달란트를 주인에게 바쳤다. 그러나 한 달란트를 받은 하인은 땅에 묻어 두었던 한 달란트를 그대로 꺼내 주인에게 돌려 주었다. 이에 주인은 자신이 나누어 주었던 달란트를 이용, 재생산에 성공한 두 하인은 크게 상을 주었으나 한 달란트를 내놓은 하인은 그 즉시 몰아냈다.’
20년전 수정법이 만들어질 때, 경기도는 600만명 시대의 각종 규제속에서도 두 달란트나 다섯 달란트를 받고도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또 20년이 지난 현재 경기도는 1천만 시대를 맞았고 국가 경제의 34%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제는 한국속의 경기도가 아닌 아시아시대의 경기도, 세계속의 경기도를 지향하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경기도의 발전을 인정하고 있다.
6월20일 기우회에서 배순훈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장은 “동북아중심으로 가기위해서는 경쟁력을 가진 경기도가 선두역할을 반드시 해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경기도의 능력을 평가한 대목이다.
수정법을 둘러싸고 타 자치단체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제는 정부도 말만이 아닌 경기도의 능력에 맞는 달란트를 내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왜냐하면 반만년 역사속의 중심도시가 그 시대의 요구에 따라 흥망성쇠했던 것처럼 작금은 ‘동북아 중심’이라는 국가발전을 위해 경기도가 그 역할을 할 시기이자 책무를 졌기 때문이다.
/정일형.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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