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는 404가지 질병을 비롯, 화재 홍수 등 인간 세계의 온갖 재앙을 안겨주었다. 뚜껑을 열어서는 안되는 계명을 어긴 연유는 신(神)들의 권력 싸움이 발단이었다.
제우스신은 인간이 나쁜 짓만 하는 것을 응징키 위해 불을 몰수했다. 이틈을 타 제우스신에게 소외돼 평소 앙심을 품고 있던 거인신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 몰래 인간에게 불씨를 전달한 것이 화근이 되었던 것이다. 결국 신들의 싸움 끝에 판도라의 상자가 인간 세계에 전해지고 말았다.
신화가 아닌 사실(史實)에서도 이같은 예는 많다. 진(秦)나라가 망한 것은 승상 이사와 환관 조고의 권력 싸움 때문이었으며, 고구려 연개소문 아들 남건(男建) 남생(男生) 남산(南産) 3형제의 권력 다툼이 고구려 패망을 가져왔다. 1825년 12월4일, 러시아 ‘12월당원’인 청년 장교들의 부르주아 혁명이 일어난 것은 니콜라이 1세의 등극을 둘러싸고 야기된 궁중 내분이 원인이었다. 권력은 물과 같아 균형을 유지해야 평온하다.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 권력의 물이 엎질러져 균형이 깨지고 종국엔 홍수가 나기도 한다.
1979년 10월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차지철 청와대 경호실장을 사살한 사건 역시 권력의 균형이 깨진 끝에 일어난 권력 싸움의 소산이다.
요즘 청와대 비서실이 잇따라 구설수에 휘말려 있다. 정대철 민주당 대표를 두고 음모설이 나오더니, 굿모닝 시티 자금 유입설로 또 음모론이 나온데 이어 이번에는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 파문에 예의 음모설이 제기돼 주목을 끈다.
도전하는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것이 권력 싸움을 벌이는 내부의 적이다. 청와대 비서실의 권력층은 하루속히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안정을 찾아야 한다. 권력 싸움으로 인한 피해가 아무 죄없는 국민에게 돌아올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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