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원도는 개발이란 것을 거부합니다.” 강원도 지사의 말이다. 개발은 결국 자연 파괴고 그래서 서울 사람들이 와서 개발하면 돈은 그 사람들이 벌어간다는 것이다. “지금의 자연환경을 후대에 부존자원으로 물려주는 게 의미가 훨씬 더 크지요.” 그 지사는 그렇게 말했다. 전북지사는 또 이렇게 말했다. “이제 와서 공장 유치를 하면 환경만 오염되지 크게 득될 게 뭐가 있습니까. 기왕 내친 김에 청정농법의 농도(農道)로 승부를 걸어야지요.” 중앙 일간지가 한동안 지방에 기자를 철수시키고 없을 때 지방순회취재를 하면서 들은 말이다. 그 전북지사 이름은 기억이 잘 안난다. 강원지사는 ‘김영진’이란 이로 나중에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 정부가 내놓은 국가균형발전론의 지방 개념을 두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뉘는 편가르기가 시작됐다. 그리하여 수도권을 압박하는 비수도권의 떼 공격이 마치 먹거리 싸움을 연상케 한다. ‘전국 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한 비수도권의 집단공격은 정부의 수도권 압살정책에 상승하여 더욱 가열화하고 있다.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어느 대학서 가진 ‘지역경제 활성화와 행정의 역할’ 주제 특강에서 “단체장(지역 CEO)의 비전과 역량에 따라 지역의 미래가 상당부분 결정된다”면서 “지자체 공무원의 프로화와 팀 워크 발휘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4개 유형으로 나누어 닲첨단산업 도전형 사례로 천안 청주 등지 첨단업체가 대덕연구단지와 연계한 삼각지대 형성, 닲광주(光州)의 광(光)산업 전략화 등을 들었다. 닲전통산업 부활형으로는 대구의 신프로젝트를 통한 섬유 경쟁력 회생, 부산 신발산업의 세계적 연구개발을 거점으로 하는 재도약을 예로 들었다. 닲브랜드와 이야기 만들기 유형으로는 전남 장성의 홍길동 생가복원 브랜드화 닲사람이 가꾸는 마을 유형으로 전북 순창이 ‘오지에서 세계로’를 슬로건으로 한 녹색관광의 국제화 도전을 사례로 꼽았다.
국가, 즉 지역균형발전론의 참다운 방향은 이밖에도 많은 각 지역의 지역 특성을 통한 특화산업을 지역이 많이 개발 육성하고 정부는 이를 최대한 지원하는 데 있다. 그럼으로써 국가 발전의 조화가 형성되는 것이 균형발전이 지, 잘 나가는 특정지역의 멀쩡한 산업을 죽이는 데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건 균형발전이 아닌 균형공멸이다. 경기도는 전국 중소기업의 25%, 첨단산업의 40%를 가진 한국경제의 전략적 요충지다. 경기도 산업의 훼손은 곧 한국경제의 훼손이다. 경기도 산업을 탐내어 경기도를 규제강화로 압박하면 경기도 산업이 비수도권으로 갈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미 중국 등 외국으로 가버린 기업이 적잖다. 영국, 프랑스, 일본 같은 나라도 실업문제 해결과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수도권 규제정책을 푼지가 이미 오래 됐다. 유독 우리 나라만이 시계바늘을 더 세게 거꾸로 돌리고 있다.
도대체 지역이란 게 뭐란 말인가, 어차피 같은 국민경제의 틀안에 든다. 기업은 물과 같다. 어거지로 끌어들일 수도 없고 어거지로 쫓아낼 수도 없다. 기업의 위축만 가져온다. 못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산이 아니라면 비수도권이 정녕 이래서는 안된다.
산술적 수치 개념의 균형발전론은 근본적 오류를 내포한다. 전략적 본질 개념으로의 재정립이 절실하다. 중국이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 우리의 수출 랭킹 특상 품목인 반도체 분야도 중국이 조만간 추월을 예고하는 지경이다. 한데도, 이 정부는 예컨대 도내 반도체공장 증설을 못하게 한다. 넋 나간 사람들의 경제 이적행위다. 손톱 밑에 가시 든 것만 알고 염통 곪는 줄을 모른다. 경제분란의 수도권 산업 흔들기는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그 책임이 비수도권 보다는 정부의 책임이 훨씬 더 크다.
/임양은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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