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네들은 무슨 일을 그렇게 잘했다고 생각하는 지 요즘 ‘웃기는’ 위인들이 참 많다. 김대중 (DJ) 전 대통령이 21일 퇴임 후 처음 한 연설에서 “선정을 하지 않는 임금은 백성이 추방할 권리가 있다”는 맹자의 방벌론(放伐論)을 거론한 것은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중국 은(殷)나라 탕왕(湯王)이 하(夏)나라 걸왕(傑王)을, 또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은나라 주왕(紂王)을 몰아내듯 폭군을 방벌(放伐)해야 한다는 역성(易姓)혁명론이 왜 나왔나. 방벌론은 과거에 DJ가 아시아의 민주적 전통 논쟁 때 즐겨 인용했던 것으로 새로운 게 아니다. DJ 재임시의 대북송금 문제로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재판을 받는 중이고 더구나 아들들도 징역살이하고 있는 터에 굳이 해야될 말은 아니다.
김영삼(YS)전 대통령도 22일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해 “나라가 이토록 존망의 기로에 서 있는데 대통령이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참으로 무능하고, 무지하고, 대책 없는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김대중씨에 이어 나라를 얼마나 더 망쳐놓을 지 불안해 하는 국민이 너무나 많다” 고 덧붙였다. YS를 싫어하는 계층은 “어떻게 저런 사람이 대통령까지 할 수 있었느냐”며 입에 담지 못할 혹평을 하지만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YS는 역시 오랜 정치적 경륜에서 나오는 예리함이 있다”고 평가한다. YS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김정일의 방한을 구걸하고 (생략) 아태재단은 5공때의 일해재단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DJ식 개인금고”라고 혹평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이미 “(노 대통령은) 내가 픽업했기 때문에 잘 해 주기를 바랐는데 다 틀렸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YS는 이런 말들을 아마 훈수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충고와 비난은 다르다. 그렇다고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 YS의 서울 상도동 자택에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고 입을 세척하라는 의미에서) 초등학교 2학년 바른생활책과 구강청정제를 보냈다”는 것도 치기 어린 행동이다.
엊그제 22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개구리에 비유한 것은 국민들을 무참하게 만들었다. 김병호 홍보위원장과 박주천 사무총장이 대통령을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인다, 가끔 서글프게 운다, 어디로 튈 지 모른다, 생긴 게 똑 같다”고 했다. 같은 당직자들도 “저질 발언으로 망신을 자초했다”고 힐난했지만 네티즌들 중 어떤 이는 “한나라당과 아메바의 공통점으로 먹고 싸는 게 전부, 한쪽(동남쪽)으로만 기어 다닌다, 자신만을 위해 살아간다, 무슨 행동을 할 지 뻔히 알 수 있다, 아메바가 뭔지 모른다”고 비유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할 줄 아는 단어가 얼마 안되는 점, 색깔로 구분하는 점, 하는 것 없이 우르르 몰려 다니기만 하면서 먹고 살 걱정 안한다”면서 “니네는 텔레토비잖아”라고 비꼬았다. 이런 야유도 자초한 것이다.
당사자들은 시중에 오래 전부터 떠 돈 ‘개그’를 가볍게 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어디서, 누가 그런다더라’ 식의 유언(流言)이란 게 원래 만들어 말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대통령을 그렇게 희화(戱畵)한 것은 부적절하다. 물론 대통령의 정치행위에 대하여 야당이 비판·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마다 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국가 원수의 인격을 원색적으로 희화하는 발언은 그를 선출한 국민을 모욕하고 결국은 정치인 자신들 전부를 스스로 비하시키는 짓이다. 특히 전임 대통령들은 어느 누구도 역사의 평가나 국민의 비판에서 조금도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날 잘한 일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 입만 열면 출범한 지 6개월, 임기가 4년 6개월이나 남은 현정권을 깎아 내리는 모습은 여야 친소를 떠나서 보기에 심히 역겹다.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고 실언한 현 대통령과 ‘대통령 노릇 잘 했다’고 착각중인 전 대통령들은 앞으로 제발 좀 권위와 품위를 지켜 주기를 바란다. 어린 아이들이 배울까 두렵다. 외국인들이 비웃고 있어 수치스럽고 민망하다
/임 병 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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