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종말, 남성끼리는 멱살잡이로 여성끼린 머리채 잡기로 끝난 당무위의 난투장 종말은 예고된 것이다. 신·구주류가 서로 보기좋은 모양새 가꾸기 이별 탐색은 결국 이렇게 끝났다. 돌이켜 보면 다 알 수 있었다. 지난해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냈을 때, 그리고 당선됐을 때, 민주당 간판이 온전하게 보존되지 못할 것이라는 걸 감지하기란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이젠 신주류의 신당 주비위가 발족됐다. 구주류가 이를 해당행위로 매도하는 것은 공허하다. 분당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신당측은 이미 지방 인선까지 거의 해놓은 상태다. 신·구주류의 이별에 더 이상의 수순이 있을 수 없는 것은 신당측이 부담을 덜었다는 뜻이 된다. 민주당의 이같은 분당은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개혁세력의 결집을 표방하는 신주류의 신당과 당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구주류의 반쪽 민주당은 보혁세력 간에 이합집산을 가져올 게 거의 분명하다. 형해화한 자민련은 말할게 없고 용퇴론으로 세대갈등을 빚고 있는 한나라당 역시 크든 작든 변수가 미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분당은 이런 저런 파장을 미쳐 얼마동안은 정치권의 물밑 접촉속에 서로의 입지를 암중모색하는 혼돈을 면치못할 것 같다. 정치적 신념보다는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헤쳐 모이곤 하는 계절적 돌림병이 재발할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정기국회의 부실이다. 내년 예산안도 그렇지만 선거법 등 정치개혁 입법이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처리되겠느냐는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국정감사 또한 정책감사가 되기보다는 인기성 발언 등에 치우쳐 그 어느 때보다도 부실화할 우려가 높다. 산적한 민생의안은 제쳐두거나 대강 대강 해치우면서 합종연횡에 몰두하는 패거리 정치권이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그러나 어떻든 정치권 개편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내년 4월 총선은 아무래도 다당(多黨)형태로 치러질 공산이 많다. 어느 정당이나 다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총선 민심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민심을 헤아리는 길이 무엇인가를 알고자하는 부단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