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주산성 전체를 완전히 복원하라

경기도 기념물 제69호 죽주산성(竹州山城)은 안성시 이죽면 매산리에 있는 고성(古城)이다. 비봉산정을 따라 축성한 죽주산성은 사대문지(四大門址)의 장대석(長大石)과 석재, 기왓장 등이 옛 역사를 말해 준다.

죽주산성은 통일신라 말기 진성여왕 때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 군사를 모아 크게 세력을 떨친 곳이었고, 몽골군이 3차에 걸쳐 침입했던 고려시대에는 이곳에서 피어린 항몽전이 있었다. 죽주산성의 전승은 조선시대로 이어져 임진왜란 때는 왜군을 크게 격퇴시켰다.

특히 1236년(고려 고종 23) 이곳의 방호별감 송문주(宋文胄)장군이 몽골의 침략군을 맞아 백성들을 이끌고 이 성에서 항전, 승리로 이끈 죽주전투는 유명한 전사(戰史)로 기록돼 있다. 몽골군과의 전투경험이 있는 송문주 장군은 성내에 미리 포(砲)를 준비하여 맞서 싸웠다. 당황한 몽골군이 대대적인 화공을 시도했으나 오히려 성문을 열고 나가 총공격을 가하여 몽골군을 물리쳤다. 몽골군은 갖가지 방법으로 보름여동안을 공격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퇴각하고 말았다. 죽주산성 전투는 고려군이 열세였음에도 몽골군을 분쇄한 지방군의 격전장이었다.

이 죽주산성의 원래 둘레는 3천874척에 이르렀다 하는데 지금은 본성의 둘레가 1천690m, 내성은 270m, 외성은 150m로 전란을 겪는 동안 허물어 졌다. 장대지(將臺址),사당 등이 있는 역사 깊은 이 죽주산성이 지금은 산성인지 채마밭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방치돼 있다는 보도(본보 10일,14일자 1면)는 문화재 관리에 허술한 지방자치단체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여서 매우 실망스럽다.

더구나 11억원의 예산을 투입, 지난 98년부터 복원하고 있는 성벽이 2001년에 이어 또 여기 저기 무너져 내려 윤곽조차 찾을 수 없다고 하니 안성시는 그동안 공사감독은 물론 문화재 관리를 어떻게 해 왔는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잖아도 태풍 ‘매미’로 인해 전국적으로 문화재 피해가 엄청나게 난 상태다. 국가지정문화재 관련 피해가 83건, 시·도지정 문화재도 149건이나 된다는데 피해 상황에 죽주산성이 포함됐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안성시 당국은 차제에 파괴·훼손된 부분만 응급복구할 것이 아니라 전체 시굴조사를 실시하여 죽주산성을 완전히 복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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