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선수를 적재 적소에 기용한 현대식 야구의 개가.’
올 시즌 프로야구 개막 이전 삼성과 더불어 양강으로 꼽히면서도 우승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가 2003 프로야구에서 정규리그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3년만에 정상을 되찾은 것은 스타급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영입, 적절하게 활용하는 용병술과 투자가 이룬 결실로 평가되고 있다.
재정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예년 수준인 150억원의 예산으로 시즌을 맞은 현대는 이 가운데 80억원을 선수 스카웃과 선수단 복지를 위해 쓸만큼 공을 들였다.
현대는 라이벌인 삼성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 한것과는 대조적으로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인해 팀의 주축이던 포수 박경완과 ‘호투준족’의 박재홍을 각각 SK와 기아로 보내고 대신 노장 포수 김동수와 3루수 정성훈을 영입,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냈다.
정성훈과 김동수는 전 소속팀에서 버림받으며 윗돈을 얹혀 현대로 왔으나 정성훈은 현대의 내야를 든든하게 지키며 한 때 리딩히터로 나서는 등 팀의 중심타선에서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또 ‘한물간 선수’로 평가받은 김동수도 당초 신인 강귀태의 보조로 영입됐지만 강귀태가 부상 등으로 부진하면서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차 노련한 투수 리드와 함께 생애 첫 3할대 타율을 기록할 만큼 역할을 다했다.
한편 현대는 구단주인 정몽헌 현대아산의 불행한 죽음이 자극제가 돼 심정수, 이숭용 등 상·하위를 가리지 않고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지장’ 김재박 감독의 용병술 또한 단연 돋보였다.
김재박 감독은 선수들을 인자하게 다스리면서도 때로는 냉철한 용병술과 치밀한 작전으로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게 했다.
뿐만 아니라 김시진 투수코치와 김용달 타격코치 등 현역 최고의 코치진과 올 시즌 단장으로 승진한 정재호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도 선수단 뒷바라지에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