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허가를 받은 골프연습장도 문화재 훼손 우려 땐 철거해야 한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고무적이다.
문화재 보존이라는 공익이 앞선다면 행정관청의 명백한 잘못에서 비롯됐다 하더라도 개인 재산권 침해를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여서 법원이 문화재 보존에 더욱 전향적인 잣대를 적용할 것으로 평가된다.
구리시 동구릉 옆에 70억여원을 들여 골프연습장을 지은 충일건설이 ‘행정관청이 내준 허가대로 건축했는데도 문화재청의 반대를 이유로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은 건 부당하다’며 구리시를 상대로 낸 위반건축물 시정명령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충일건설은 1999년 12월과 2000년 7월 동구릉 외곽경계 86m 지점에 골프연습장 건축허가를 구리시로부터 두 차례 받아 지상 4층짜리 골프연습장을 지었다. 하지만 구리시가 건축허가시 문화재청과 협의해야 하는 문화재보호법 규정을 이행치 않은 사실이 드러나 문화재 훼손을 이유로 연습장 철거를 촉구했고, 이에 따라 구리시는 골프연습장 사용승인을 거부해 왔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에서 “구리시의 허가대로 완공된 건축물이라 해도 공익과 비교해 개인적 이익을 희생시키는 게 부득이할 경우 건축허가 취소는 물론 사용승인까지도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체가 입게 될 경제적 손해보다 문화유산의 보존을 중시한 것이며 건축허가 과정에서 발생한 중대한 하자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건축행정상 필요성 등 공익이 훨씬 더 크다고 판결한 이번 사례는 향후 문화재 관련 업무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동구릉은 1408년 조선 태조 이성계의 능이 조성된 이래 60여만평의 대지에 9기의 왕릉을 비롯, 모두 17기의 능이 조성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든 대규모 왕릉군이다. 이러한 문화재 구역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하여 골프연습장 허가를 내준 구리시 담당 공무원에 대한 문책은 당연하다. 업체에 골프연습장 건립비용 70억여원을 국가가 배상해야 하는 원인행위를 유발한 책임도 결코 적지 않다.
이는 경기도, 인천시, 각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재 주변의 건축허가 민원업무를 처리할 때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서울행정법원의 명쾌한 판결을 거듭 환영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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