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지방언론, 지방지

지방언론의 주축인 지방지 효시는 국내 최초 신문인 독립신문이 서재필 등에 의해 1896년 창간된 13년 뒤 1909년 진주서 발간한 구 慶南日報(경남일보)다. 일본에 외교권을 빼앗긴 을사보호조약을 개탄하여 황성신문에 유명한 ‘是日也放聲大哭’(시일야방성대곡)의 사설을 쓴 국내 최초의 신문논객 장지연 등이 창간했다. 그러나 한·일합병 후 1914년 일제가 慶南日報를 폐간한 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중앙지는 생겼으나 지방지는 맥이 끊겼다. 일제 때 木浦日報(목포일보)같은 지방지가 더러 있긴 하였지만 모두 우리 말이 아닌 일어로 간행되어 국내 신문의 정통 명맥으로 인정되지 못한다. 지방지가 활성화한 것은 1945년 광복이 되고 나서다.

중요한 것은 지방지도 중앙지와 마찬가지로 시대적 변화를 동반한 사실이다. 한국의 신문은 크게 계몽·저항지(전기 1896~1914·후기 1920~1936), 이념지(1945~1950), 독재저항지(1960년대), 상업지(현재)로 나눌 수 있다. 1970년대 산업사회 들어 두드러지기 시작한 상업지화는 1999년까지를 1기로 친다면 정보사회로 치닫는 금세기는 상업지 2기다.

상업지의 특성은 매우 예민하다. 계몽·저항지, 이념지, 독재저항지 시절의 신문기자는 일종의 동지적 관념이었다. 월급이 적거나 밀려도 개의치 않았다. 상업지 들어서는 완전히 달라졌다. 직업적 관념이 뚜렷하여 처우를 따진다. 논조 역시 비상업지 시절엔 ‘천인공노’니 ‘통탄’이니 해도 독자에게 먹혀 들어갔다. 그러나 상업지 들어 지금 그같은 개탄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비분강개하기 보다는 논리가 앞서야 한다. 이러므로 신문기자 역시 전문화·세분화하는 프로 의식을 요구받는다.

여기에 지방지는 지역사회와 피부를 맞댄다. 지역사회와 한다리가 건너뛰는 중앙지하고 달라서 지역에 더 강도 높은 윤리성을 압박받는다. 지방지의 소명인 지역사회 문제의 심층 보도는 외면의 사실보도 보다는 내면의 진실보도에 있다. 사실 중엔 작위적 사실이 있으나 실체적 진실은 허구가 용납될 수 없다.

예컨대 주민행정·생활행정·참여행정으로 집약되는 지방자치 이후 넘쳐나는 님비현상을 사실보도에 그쳐서는 갈등만 부추긴다. 진실보도를 추구해야 한다. 해결의 실마리가 그래야 제시된다. 단순보도 만으로 밥이 끓든 죽이 끓든 방임하는 것은 중앙지 같으면 그럴만 하다. 그러나 적어도 지방지가 그처럼 무사안일해서는 지역사회로부터 멀어진다. 자치행정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는 지방언론의 책임이다. 아담 스미스는 ‘나라를 부강케 하는 것은 개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이기심’이라고 했다. 행정수요의 다변화, 주민계층의 다양화로 야기되는 이기적 갈등을 지역사회 공동체 이익의 극대화로 여과시킬 줄 아는 지방지가 지역주민의 관심을 끈다.

어느 지방지고 할 것 없이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면 등으로 획일화한 제작 관행은 이제 새롭게 검토할 만 하다. 좀 더 지방지답기 위해서는 좀 더 폭넓게 그리고 좀 더 깊이있게 전 지면이 지역 대중에게 새로운 틀로 밀착되어야 한다. 지역주민이 지방지를 안보면 주민생활에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갖게할 만큼의 정보가 풍부한 지방지를 만드는 게 말처럼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방지 천국인 일본이나 독일의 지방지 모델이 전혀 남의 것만은 아니다. 그들이나 우리나 다 같은 상업지이기 때문이다.

중앙지와 또다른 지방지 특유의 프로의식이 얼마나 철저하느냐가 관건이다. 언론연구원 조사는 외부 요인보다 내부 요인에 문제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한국신문 107년 사상 새로운 위상 개척의 시점에 서있다. 지방언론의 주축인 지방지는 이를 정보사회와 걸맞게 잘 극복하여야 미래가 있다.

/임양은 주필

※이 원고는 경기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행정이론을 강의하는 우호태 화성시장님으로부터 지방자치와 관련한 ‘지방언론’ 주제의 초청 강의를 요청받고 한 내용을 요약한 것임.

※강의 말미에 정부의 ‘지방언론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견임을 전제, 언론사가 정부 지원을 받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며, 정부예산을 이런데 쓰라고 국민이 세금을 낸 것은 아니라는 답변을 하였음. 아울러 지방언론 육성은 일간지 설립에 자본·시설·처우 등 분야에 상응한 수준을 요건화한 정간법 강화가 첩경임을 피력한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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