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적 육림정책

경복궁 정전(正殿)이자 국내 최대 중층 건물인 근정전(勤政殿·국보제223호)이 4년간의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거쳐 11월 일반에 공개된다. 근정전은 2009년까지 총 1천789억원이 투입된 경복궁 권역 복원공사의 일환으로 68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1999년 전면 보수에 들어가 최근 공사가림막이 철거되면서 장엄한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임금이 정사에 힘쓴다는 뜻을 지닌 근정전은 문무백관의 조하를 비롯한 국가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접견하던 법전으로 태조 3년(1394)에 창건됐으나 임진왜란 때 불타 고종 4년(1867)에 재건됐다. 정종 세종 단종 세조 성종 중종 명종 등 임금들이 이곳에서 즉위했다. 근정전은 상하 월대 위에 이층으로 지은 건물이지만 내부는 아래 위층 구분없이 중층으로 이뤄졌다.

고종 4년에 중건된 이후 130여년만에 전면 보수공사를 착수한 근정전은 당초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공동개최에 맞춰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훼손 상태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공사기간이 연장됐다. 특히 근정전 건물 전체를 떠받치는 주기둥 4개 중 소나무를 쓴 1개를 제외한 나머지 전나무 기둥 3개의 부식이 심각한 상태여서 건물 전체를 재보수하는 전면 공사로 확대되는 곡절을 겪었다. 게다가 높이 15m, 하부 직경 68cm에 달하는 기존의 기둥들을 대체할만한 나무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아 공사가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산림청에 의뢰해 전국산하를 찾아 헤맸으나 수령 300~ 400년된 나무를 찾지 못해 고심끝에 내구성이 뛰어난 미국산 소나무 더글러스를 근정전의 기둥으로 세웠다.

미국산 소나무의 수입가격은 네그루 합해 5천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높이가 100m, 지름이 5m에 달하는 더글러스 소나무는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가벼워 미국과 유럽 등에서 건축자재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궁궐을 대표하고 조선왕조의 정신이 살아 있는 경복궁 근정전 복원에 미국산 소나무를 쓴 사실이 아이로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쉬움이 크다. 앞으로 궁궐뿐 아니라 각종 문화재의 온전한 복원을 위해 국가문화재 차원의 육림정책 마련이 시급하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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