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의 현실성 없는 농업관

재정경제부가 농업인들의 유일한 재테크 금융상품으로 꼽히는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을 폐지키로 한 것은 몸 아픈데 약 뺏는 격이어서 철회해야 한다.

농업인 소득을 저축으로 유도하기 위해 1976년 도입된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은 5.5%의 기본이자 외에 일반농업인에게는 1.5~2.5%, 저소득농업인에게는 6~9.6%의 장려금을 별도로 지원해 주는 비과세예탁금으로 올 7월말 현재 79만7천여 계좌에 수신고가 2조883억원이나 되는 인기 상품이다.

재경부가 이러한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을 폐지하려는 명분이란 것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도시근로자와의 형평성이 없고 농업인들에게 주는 일종의‘특혜’라는 인식은 당치 않다. 가뜩이나 농업을 둘러싼 국내외 사정이 악화 일로로 치닫는 상황에서 농업인 지원을 확대하지는 못할 망정 현행 지원마저 없애겠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감각이 없다.

더구나 도·농간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농산물 실질 가격이 하락하는 등 농업인의 경제적 어려움이 어느 때보다 극심한 상황에서 도시근로자와의 형평성 운운하는 것은 정부의 농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지를 의심케 한다.

현행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은 가입자의 영농규모가 농지 2ha 이하로 제한된 데다 가입한도도 계좌당 최고 144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이 상품이 폐지된다면 농업인의 목돈마련 기회는 더욱 어렵게 될 게 자명하다. 다소의 문제점이 있다면 현행 체계상 일정 규모의 농지를 소유하면 도시근로자도 가입이 가능한 불합리성이다.

그러나 가입자격을 농업인으로만 한정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고 내부적으로 순수농업인만이 가입할 수 있도록 자격심사를 강화한다면 문제점은 타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연간 900억~1천900억원의 장려기금이 모두 순수농업인들에게만 귀속, 그만큼 농가지원 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일부 도시민들이 가입했다면 개정하는 방법을 택해야 지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농업환경이 심히 불안한 판국에 재경부는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말고 ‘농어가목돈마련저축’의 입법 예고 방침을 백지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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