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효(孝)와 관련된 문화유산과 인물이 많은 곳이다.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극진하게 추모해 왔던 정조대왕릉이 화성시 태안읍에 있고, 도읍지를 아버지 묘소 근처로 옮기고자 축조한 화성(華城)이 수원에 있다. 그리고 실학사상의 본산이 바로 파주라고 한다. 경기도는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지난 2001년부터 효문화 체험교육, 효행상 제정, 효 박물관 건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문화운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평소 효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다. 내 이름 석자에도 충(忠)자가 있기도 하거니와 점차 미풍양속이 실종되어가고, 가치관이 혼동되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운동은 비단 경기도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추진해야하는 운동이 아닌가 한다.
흔히 효를 수직적인 상하관계나 옛것으로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이는 그릇된 생각이다. 효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위하는 일만이 아니고 수평 대등한 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일상생활 가운데서도 쉽게 발견될 수 있는 사례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를 발굴하여 미담사례로 엮어 보급했으면 한다.
효는 건전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효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나름대로 정의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이 바로 ‘배려’가 아닌가 한다. 따라서 이 운동을 정신운동으로 승화 발전시켜 범국민운동으로 전개하였으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 운동을 통하여 현재의 시점에서 효를 재조명하고 실천함으로써 보편화된 우리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다면 더욱 더 값진 운동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가 전개하고 있는 효 실천운동이 나에게 참신한 의미를 준다.
그리하여 우리의 모든 행정이 효에 바탕을 두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본다. 나는 언젠가 TV프로에서 전개된 장면을 보고 어떤 감명을 받았다. 노모를 모시는 50중반의 아들은 날품팔이로 어렵사리 살아가고 있었다. 하루 일이 끝나면 집으로 곧장 와 거동이 불편한 80노모를 집 부근 어린이 놀이터에 모시고는 걷기 운동을 시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노모는 철봉아래에 떨어진 100원짜리 동전 4~5개를 줍는 행운을 얻고는 몹시 좋아라했다. 그 다음날 노모는 놀이터에 가서 지팡이로 무언가를 헤치고 있는 것이다. 이 광경을 본 아들은 ‘옳다!’하고는 무언가를 생각한 듯 늦은 저녁 아무도 모르게 놀이터에다 동전 몇 잎을 뿌린다. 노모는 매일아침 해뜰 무렵이면 그곳에 가서 지팡이로 모래를 뒤적이는 것이다.
이 일이 진행되면서 거동이 불편하던 노모는 동전 줍는 재미로 건강을 되찾고 설치던 밤잠도 쫓은 것이다. 아들이 숨긴 보물(?)을 노모는 찾고, 숨기는 일이 계속된다. 과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이지만 동전 줍고 건강 찾고, 아들은 동전으로 효도하니 둘 다 신바람으로 사는 행복한 나날이 지속되고 있다.
/이충양.행정자치부 감사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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