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 감염자가 하루 평균 1.4명꼴로 늘고 있다. 1985년 이후 올 9월말까지 2천405명이 새로 에이즈에 감염됐다.
100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는데 1980년대에는 5년이 걸렸으나 지금은 4개월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더구나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되고도 그 사실을 모른채 지내는 ‘미확인 감염자’들이 수두룩한가 하면 에이즈에 감염된 부모가 자녀를 낳았고 그 자녀도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지는 등 에이즈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실정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부 부처에 에이즈를 전담하는 부서가 없고 전문 인력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니 더욱 놀랍다. 현재 국립보건원에 에이즈와 성병, 결핵 업무까지 묶어 처리하는 직원이 고작 2명뿐이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 문제는 방치된 에이즈 관리다. 에이즈에 감염돼도 3,4주가 지나지 않으면 바이러스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시기엔 검사를 해도 양성판정이 나오지 않아 초기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에이즈 검사 방법을 지금의 후진적 효소면역검사방법에서 첨단 기법인 핵산증폭검사로 바꿔야 하는데 계획조치 없다.
미확인 감염자들도 심각하다. 근본적으로 에이즈 관리는 미확인 감염자에 대한 대책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미확인 감염자는 통계에 잡힌 감염자의 10배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적으로 2만여명이 자신도 모르게 에이즈에 감염돼 있는 셈이다.
에이즈 감염 요인으로는 절대 다수인 97.5가 성 접촉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1.3%는 수혈로 인해 감염돼 혈액 관리도 엉망이다. 에이즈 전문병원이 한 곳도 없는 것은 에이즈를 방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가 36곳의 종합병원급 진료기관을 에이즈전문 진료기관으로 지정했으나 이 가운데 7곳은 지금까지 단 1건의 에이즈 진료 실적도 없는 등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미국·홍콩·싱가포르 등은 정부에 에이즈 전담부서를 두고 치료와 예방에 주력한다. 특히 홍콩은 에이즈기금관리위원회까지 가동하면서 에이즈 퇴치에 재정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다.
나날이 증가하는 에이즈 감염 대책이 주먹구구식이어서는 안된다. 35억원에 불과한 예방사업 예산을 대폭 늘려 치료와 계몽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거듭 촉구한다. 정부 당국은 이에 국민보건 차원의 깊은 인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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