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나라가 백성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이 나라 걱정하는 거꾸로 된 세상’, ‘절망의 정치판, 이번 기회에 제대로 길을 찾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앞선다’.
손학규 지사가 지난주 쏟아낸 말중 일부분이다.
이를 두고 지역정가 및 공직사회에서는 손 지사가 대권 도전의사를 밝힌 것이니, 대권도전을 준비중이니 하는 등의 말이 많다. 심지어 손 지사의 측근들 사이에서도 조기에 출마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자는 의견과 때를 기다리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말이 바른 말이지 대한민국 국민중 대통령을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 손 지사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축록자불견산(逐鹿者不見山·지나치게 사슴만을 쫓는다면 결국은 큰 산을 볼 수 없다)이라는 말이 있다. 손 지사에게 있어 대권도전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인지 모를 일이며 어쩌면 이는 경기도민들 내심에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큰 산을 보지 못하고 사슴만을 잡으려 든다면 그 큰 꿈과 바람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옛말에 왕은 하늘에서 내린다 했다. 하늘이란 국민이요, 백성이다. 국민과 백성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면 결코 왕이 될 수 없으며 이를 거슬러 왕이 되더라도 결코 역사에 남을 왕이 될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손 지사는 지금 이런 구설수를 탈 겨를이 없다.
경기도민들에게 막대한 허탈감을 가져 올 수 있는 국가균형발전법이 국회에 상정돼 있으며, 정부와 타 시·도는 이도 모자라 계속해서 경기도를 옥죄고 있다. 경기도의 운명을 좌우할 현안들이 산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안들을 제대로 해결해 내지 못하면 손 지사는 결국 경기도민들의 가슴속에서도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손 지사의 꿈이 가능하겠는가. 손 지사 본인도 이를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대권’과 관련된 질문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그동안 참으로 조심조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참으로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때를 기다리는 인내를 가져야 한다.
측근들도 손 지사의 이런 기다림을 헤아리는 혜안(慧眼)을 가져야 한다.
지금 대권 구설수를 타 봐야 손 지사에게 이득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와 관련된 언론보도들을 보면 ‘측근’에 ‘따르면’ 이다. 말한마디가 손 지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사숙고 해야 한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말씀중에 ‘전쟁에서 이기려면 100마리 호랑이를 이끄는 사슴보다 100마리 사슴을 이끄는 호랑이가 낫다’는 말이있다. 즉 호랑이 같은 측근이 많은 장수보다 순순하고 민심을 가진 측근이 많은 장수가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지사의 측근들은 손 지사를 호랑이로 만들 것인지, 사슴이 될 수 밖에 없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손 지사를 비롯, 그의 측근들은 야망을 앞세우기보다 기다림속에 경기도민들의 마음을 얻을 때라고 제언하고 싶다./jungih@kgib.co.kr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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