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나귀와 여우를 데리고 사냥을 했다. 많은 사냥을 한 후 사자가 수확을 나누라고 하였다. 나귀가 똑 같이 세 등분하여 나눴다. 사자가 노하여 나귀를 잡아 먹어 버린 후 여우더러 몫을 나누게 했다. 여우는 사냥한 것을 모두 모아 놓고 큰 덩어리를 사자의 몫으로 정하고 자기는 극히 작은 일부분을 차지했다. 사자가 좋아하며 여우를 칭찬하고 그런 지혜가 어디서 나왔느냐고 물었다.
여우는 “나귀의 신세가 가르쳐 준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얘기다. 가까운 사람의 불행이 나의 분별을 알게 한다는 것이지만 나귀가 눈치를 채고 알아서 사자 몫을 많게 만들었다면 죽임을 당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강한 자가 많은 몫을 차지하려는 것은 동물의 세계 뿐만이 아니다. 사람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 하다. 이 점에서 인간은 늑대나 사자 등에 가까운 동물이다. 결코 토끼나 양이나 소와 같은 유순한 동물은 아니다.
이솝 이야기 속에는 여우 못지 않게 사자가 자주 나타난다. 그 다음이 늑대, 원숭이, 양, 산양, 당나귀, 개의 순서다. 다른 동물들의 출신지는 온대지방인데 사자만은 열대 지방이다. 그러나 옛날에는 지금의 아프리카 뿐만 아니라 동으로는 인도의 변경에서부터 페르시아를 거쳐 소아시아의 산중에 이른 흔적이 있다. ‘페르시아 전쟁지(戰爭誌)’에 “마케도니아에 라이온이 출몰하여 페르시아군의 낙타를 습격했다”고 한다.
이솝 이야기가 씌여진 것은 그리스의 고전기(古典記)를 지난 기원전 3세기 전후이다. 시민 사회가 한창 번영하던 시기에 비하여 사회상은 훨씬 거칠어져 있었다. 당시의 대표적 시인 메난드로스는 ‘무치(無恥)의 여신이 세상을 지배하고 폭력이 지성을 능욕한다’고 한탄했다. 그는 양민들이 모두 힘을 합쳐 폭력과 불법을 추방해야 한다고 선언했으나 그의 말은 세상 사람을 움직이지 못했다.
광범위한 세계에서 나귀를 잡아 먹고 여우를 자기편으로 삼는 사자와 같은 부류들이 많은 탓이다. 오늘날 인간사회는 더욱 심하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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