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幼有序와 주사위

장유유서(長幼有序), 어른과 아이(아래사람) 사이에는 순서와 질서가 있음을 일깨우는 오륜(五倫) 중 하나다. 오륜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다섯가지 도리다. 유학(儒學)의 삼강오륜에서 나온 말이다. ‘찬물에도 위아래가 있다’는 전래 속담과 뜻이 같다. 물론 이는 일상생활의 범주다. 조직생활에서는 나이가 아닌 위계질서란 게 따로 있다.

흥미있는 외신이 있었다. 미국 유타주 워싱턴테라스시에서 주사위를 던져 시장 당선자를 정했다는 것이다. 현직 시장과 이에 도전한 후보의 득표수가 같았으므로 주사위를 각기 두번씩 던져 나온 수를 합쳐 많은 사람이 당선자로 합의한 끝에 현직시장 후보가 당선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타주 법에는 동점이면 제비를 뽑게 되어있으나 이들 두 사람은 주사위 던지기가 더 공정한 걸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이런 제비 뽑기나 주사위 던지기는 이를테면 모험심이다. 불안과 공포에 도전하면서 황무지를 일군 개척민 후예들 특유의 기질인 것이다.

그러나 동양, 특히 우리의 선인들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누렸다. 모험보다는 규범이 앞섰다. 장유유서는 일상생활의 규범이지만 공공생활에서도 장유유서를 앞세우는 규범이 이래서 생겼다. ‘동점이면 연장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법규 조항은 선거법을 비롯해 각종 선거관련 법규에 으례이 규정된 조문이다. 총선으로 새로 소집되는 국회의 임시 사회는 최연장자가 맡아 의장단을 구성한다. 동점 연장자 우선은 일반 사회단체 등에서도 대체로 적용되어 통념화 됐다. 워싱턴테라스 시장의 두 후보 중 누가 연장자인 지는 몰라도 우리 같으면 주사위를 던지지 않고도 장유유서 개념의 법규에 의해 당선자가 절로 결정된다.

‘오륙도’(50~60대), ‘사오정’(40~50대)에 이어 ‘삼팔선’(30대 후반)이란 풍자어가 나돌고 있다. 사회의 조로 현상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고령화사회에서 젊은 세대가 퇴출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심각한 사회불안이다. 빨리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대안이 나와야 한다. 이러다가는 장유유서의 전통문화, 이마저 아무 대책없이 무너질 수가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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