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

상가 임차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상가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은 근거가 충분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상가법은 5년간의 계약기간 보호조항 등으로 세입자들의 권익 증진에 기여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모호한 경과규정과 일부 법의 허점 등으로 인해 새로운 유형의 세입자 피해가 속출하면서 개정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 투기가 성행하는 가운데 건물주가 자주 바뀌면서 일부 건물주들이 이 법의 맹점을 이용, 임대료를 대폭 올리는 문제점 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임차인 보호’라는 애초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시행 과정에 나타난 문제들을 보완하여 상가법을 속히 개정해야 한다.

실례로 수원시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상인이 지난해 10월28일 보증금 5천만원, 월 1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고 최소 5년동안은 임대기간을 보호해 준다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몇달전 건물주인이 바뀌었고 새 건물주가 “11억원에 건물을 사든지, 보증금을 1억, 월 250만원으로 임대료를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상가법 시행일인 2002년 11월 이전에 계약을 했기 때문에 불과 며칠사이로 건물주의 횡포에 무방비 신세가 된 경우다.

현행 상가법은 기존 세입자를 보호하는 경과 규정이 없을 뿐 아니라 임대가액이 일정 수준 이하인 세입자만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증금에다 월 임대료에 이자율(연 12%)을 적용해 보증금으로 환산한 것 까지 합한 이른바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1억9천만원, 광역시 1억5천만원, 기타지역 1억4천만원 이하로 제한했지만 이 기준에 드는 임차상가 건물주들이 법 적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대료를 마구 올리는 것도 심각한 부작용이다.

임차인 보호를 위한 법안이 되레 임차인들을 거리로 내모는 격이 된 상가법은 법 적용대상 임차인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기존 임차인도 보호하는 내용으로 하루 빨리 개정돼야 한다. 특히 임대차 기간 중 건물 보수 유지를 위해 세입자가 지출한 돈에 대한 상환청구권 보장과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도 상가법에 포함해야 한다. 상가 세입자의 ‘시름’을 키우는 상가법을 속히 개정할 것을 촉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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