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지식과 경륜을 두루 갖춘 원로학자 74명으로 구성된 ‘신행정수도 재고를 촉구하는 국민포럼’이 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것은 시사하는 의미가 매우 크다. 서울 인구 50만명을 줄이는 데 45조6천억원 이상을 쓰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게 원로들의 주장이다.
이렇게 신행정수도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도내에 위치한 농림부, 보건복지부,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이 지방이전 방침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적절하다. 만에 하나 신행정수도가 건설된다 하여도 도내의 공공기관 이전은 국가경영상 당치 않다.
농림부 산하의 경우, 수원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농업생명공학연구원 등은 한국농업과학의 메카로 이미 국내외에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시험포장 이전시 시험연구 사업이 장기간 중단된다.
안양권에 있는 국립농산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국립식물연구소, 국립종자관리소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출입업체 등이 대부분 수도권에 있어 민원인의 불편은 물론 각종 정밀검사 장비의 설치 및 표준화에 따른 소요기간 장기화에 따라 업무공백이 불가피하다. 특히 이들 기관은 종자 재배시험 포장의 토양개량에 최소한 3~5년이 소요돼 이전은 불가능한 일로 봐야 한다.
852억원을 투입, 방사선양성자 치료센터 및 병동 확충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고양시 국립암센터는 아예 이전 자체가 불가하며,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하나원’도 안성 현 위치에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10월에도 주택공사, 철도경영연수원 등 건설교통부 산하 수도권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방침을 밝혔다. 이때 경기도는 반대를 분명히 했다. 2001년 10월 대구에서 인천 영종도로 이전한 항공교통관제소와 의왕시에 위치한 철도경영연수원도 국립철도대학, 철도기술연구원 등 철도복합교육단지로 상호 연계된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신행정수도에 보조를 맞추려는 건 뻔한 사실이다. 청와대와 행정부는 물론이고 입법부·사법부까지 옮기는 것은 천도(遷都)와 다름이 없다. 이를 행정수도 건설을 빙자한 정치적 이유로 강행한다면 예상 외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역시 미리 백지화하는 게 평지풍파의 혼란을 막는 것으로 현명하다. 정부의 숙고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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