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노송지대’는 딸기 집단재배지 ‘푸른지대’와 함께 관광지로 각광받았던 명소였다.
노송지대는 210여년 전 조선조 22대 임금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를 참배하기 위한 능행차 길목에 소나무를 심은 지역이다. 현재의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1번 국도 인접 5㎞ 구간이다.
정조대왕이 내탕금 1천량을 하사해 1789년 낙랑장송 500그루를 심은 노송지대는 1960 ~ 70년대 들어 이 일대에 교통량이 급속히 증가, 매연 등으로 인해 노송들이 병들거나 고사(枯死) 했다.
1973년 경기도와 수원시가 소나무 전수조사를 실시, 살아 남아 있는 137그루를 ‘경기도 기념물 19호’로 지정해 관리인까지 두어 소나무에 영양주사를 주입하는 등 정성을 다해 집중 관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노송들의 고사가 계속돼 현재 39그루만 남아 있다.
수원시가 1990년대 후반부터 노송지대에 500여그루의 후계목(後繼木)을 심고 연간 3천만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집중 관리하고 있지만 인근에 중고차 매매단지와 음식점들이 즐비한 데다 최근엔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정자지구까지 생겨 하루 종일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군데 군데 남아 있는 노송들은 줄기가 크게 휘고 자동차 매연으로 검게 변색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송정초등학교 앞 2그루와 인근 10여그루의 노송은 정상적인 지탱이 어려워 철근기둥에 의존, 그 옛날의 정취와 기풍은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노송지대 보호의 근본 대책으로 차량통행 금지나 제한을 내놓았다, 그러나 인간편리 우선인 요즘 세상에서 이런 조치를 취하기는 당국으로써도 사실상 어려운 노릇이다. 탄식하자면 인간 의사도 늙고 병 들면 죽는데 산도 아니요 바위도 아닌 식물 소나무가 어찌 영생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 늙으면 노인이 되듯 청송(靑松)도 이제 노송(老松)이 됐지 않은가.
“매연때문에 사람도 목이 아픈데 하루 종일 일년 내내 서있는 소나무야 오죽 하겠느냐”는 주민의 걱정이 고마울 뿐이다. 후계목들이 세월이 수백년 흐르면 노송이 될테니 그나마 다행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