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재채점, 공신력 추락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오답 시비가 제기된 언어영역 17번 문제에 3·5번의 복수 정답을 인정키로 했으나 뒷처리가 매끄러울 지 의문이다.

우선 63만여명에 이르는 수험생 답안지의 재채점과 성적 재처리를 해야 한다. 평가원측은 차질없이 진행해 당초 예정일인 오는 12월2일 수험생들에게 성적을 통지하겠다고 밝혔다. 일단은 믿을 수 밖에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기일을 어기면 2004학년도 대입 일정 자체가 뒤틀리게 된다.

1994년 수능 도입이래 처음 발생한 채점후 정답 변경의 초유사태는 수능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려 다른 문항까지 정답 시비가 날 공산이 없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탐구 영역의 문제 중에 복수정답 인정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판이다.

평가원측의 언어영역 17번 문항에 대한 복수정답 결정 경위는 다른 문항에 대한 이런 의문의 시비 가능성을 더욱 짙게 해준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정답 3번 외에 5번도 정답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는 발표는 다른 문항에도 비슷한 예가 없지 않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평가원측은 비록 ‘다른 정답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강조했으나 객관적으로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 것인지는 역시 의문이다.

사설학원 강사를 출제위원으로 위촉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더니, 정답 소동까지 일으킨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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