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난 이해인 수녀는 1964년 입회 후 유학이나 서울에서의 몇 년 소임기간을 빼곤 줄곧 부산에서 생활해 왔다. 텃밭에서 배추·무·허브가 자라고 아름다운 광안리 바다가 보이는 수녀원에서 수녀 100여명과 더불어 산다.

31세 때인 1976년에 낸 첫시집 ‘민들레의 영토’이후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를 출간했는데 세 시집이 한꺼번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최근의 산문집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까지 그가 펴낸 책은 10권이 넘는다.

수도생활 틈틈이 대학 및 각종 기관 단체에서 시낭송이나 아름다운 언어활동을 주제로 강의하는 일이 이해인 시인의 근황이다. 나이 60을 바라보고 있지만 특강 중 성가나 ‘초록바다’ ‘과수원길’같은 동요에 율동도 마다하지 않는 인기강사다. 10여년 전, 안양 수리산 성지에서 있었던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모임 때에도 이해인 수녀는 ‘과수원길’을 청아하게 불렀다. 그 기억은 언제나 고요하고 신선하다.

“시를 빚어내는 일은 늘 행복하지만 그만큼의 아픔이 따릅니다. 마음 안에 숨어 있던 어떤 시상이 제 모습을 갖추고 한편의 시로 탄생되기 위해서는 참으로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애를 쓰다 보면 실제로 여러 번 몸살이 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시가 너무 착한 내용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그는 “착해 보이기 위해 속으로 얼마나 아픈 시간을 가졌겠느냐”고 반문한다. 시를 함부로 쓰고, 남의 시를 함부로 말하는 시인들이 명심해야 할 소금같은 말이다.

그런데 이해인 시인이 내년 1년은 글발표와 강연 등 외부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시는 쓰되 발표하지 않으며 2004년도 강의 요청은 진작부터 거절해 왔다. 한때 유명세가 부담스럽고 편치 않던 힘든 나날도 경험했지만 50대 후반 이후 연륜이 주는 여유가 생기고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 세상을 대하는 시선이 한결 여유로워 졌다고 한다. 내년에는 수도자로서 수녀회에 칩거하며 기도와 사색에 몰두할 계획이라는 시인 이해인 수녀의 모습이 지순지고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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