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매춘(賣春)을 전업으로 하는 창기(娼妓)가 등장한 것은 1876년 개항 이후다. 일본은 부산 원산 인천 등 개항지를 중심으로 집창촌(集娼村)인 유곽을 설치했다. 1916년에는‘유곽업 창기 취제규칙’을 만들어 매춘을 공식화하고 창기들에게서 세금을 받았다. 한반도에서 생긴 최초의 공창(公娼)제도다.
1947년 미 군정청에 의해 폐지됐으나 이번에는 미군 주둔지에 사창가가 들어서 ‘양공주’들이 독버섯처럼 번져 나갔다.
1961년 ‘윤락행위방지법’을 만들었으나 내용이 빈약했고 그나마 시행령은 8년 뒤에야 제정됐다. 1968년 당시 김현옥 서울 시장은 일명 ‘나비작전’으로 국내 최대의 윤락가였던 ‘종삼(鍾三)’소탕에 나섰다. 그러나 윤락가는 되레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는 부작용이 생겼다. 요즘엔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 ‘청량리 588’ ‘천호동 텍사스촌’ 등 서울의 대표적인 윤락가들이 뉴타운 및 균형발전촉진지구에 포함돼 개발과 함께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종삼’의 경우와 비슷할 것 같다.
매춘의 역사는 기원전 4천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사원(寺院)매춘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기원전 6세기경 그리스의 매춘 봉납제(奉納制)에서 유래를 찾기도 하는데, 최근 성남지역의 대표적 윤락가로 알려진 중원구 중동 텍사스촌에 근무(?)하는 여성들 10명 중 8명이 하루 9시간 넘게 중노동(?)에 시달리는 등 인권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성남 남부경찰서 방범과가 지난 10월 한달동안 95개 중동 유흥업소에 근무하는 여성 종사자 5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사창이 무서운 것은 성병만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그릇된 성 세계에 빠져 드는 게 가장 우려된다. 대낮에 공원 등지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남성 노인들을 상대로 한 윤락행위도 보통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니다.
매춘이 필요악이라면 숫제 공창을 제도화하면 어떻겠느냐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공창제도를 놓고도 찬반으로 엇갈리지만, 어쨌거나 매춘이 없을 동물의 세계가 인간세계 보다 낮지 않나 싶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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