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면허로 ‘장사’하는 의료계

고액의 돈을 주고 의료법인이나 의사 명의를 대여 받아 병·의원을 개설했거나 면허를 대여해준 의사 등 29명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은 소문으로 나돌던 의료계의 부조리를 여실히 드러낸 한 단면이다.

그동안 항간에서 각종 자격증이나 면허증을 빌려 주고 매달 일정액의 돈을 받는다는 얘기는 끊임없이 나돌았지만 위급한 인명을 구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면허까지 빌려 주고 또 대여받은 면허로 버젓이 병·의원을 개설했다는 보도는 의료계를 먹칠한 사건이다.

의료계에 이런 비리가 만연하고 있는 것은 의사들의 도덕성 결여와 사회부조리 뿐만 아니라 그 피해가 몽땅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무자격 의료업자들이 명의를 빌려 병· 의원을 개설할 경우, 비싼 대여료와 고액의 의사 월급 등으로 지출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과다 진료는 물론 의료보험 청구행위 등으로 이어져 의료보험의 재원을 부실화 시키고 보건질서의 교란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과중 치료비 등을 환자와 가족들이 고스란히 부담하는 것이다.

의사 면허를 돈으로 주고 받은 방법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김포 소재의 A의료재단 이사장의 경우, 지난 2001년 5월부터 올 7월까지 무자격 의료업자들로부터 보증금 1천만~3천만원에 매월 150만~200만원씩 받고 의료재단법인 명의를 대여해 서울·경기·대전 등지에 7개의 병원과 의원을 개설토록 했다. 무자격 의료업자가 경영하는 병·의원에 의사들이 고용돼 진료를 한 셈이다.

더구나 A의료재단 이사장은 무자격자들에게 돈을 받고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의 분원을 개설토록 하는 형식을 취했다니 수법이 가증스럽다 아니할 수 없다.

의사들도 부도덕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자격자들에게 의사면허를 월 250만원에 대여해주거나 매월 1천만원씩 급여를 받는 조건으로 자신의 의사 명의를 빌려주고 고용의사로 일했다는 건 의사로서의 인격을 스스로 무너뜨린 채 이중·삼중으로 부당 이익만을 취한 것이다.

의사 명의 대여 불법 행위는 전국적인 현상일 것으로 짐작된다. 국민부담을 정상화하고 성실한 병·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을 실시하여 건전한 의료환경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