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법을 어기는 국회

법을 만드는 국회가 스스로 법을 어기고 있다. 국회는 지난 2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된다는 헌법 제54조 2항을 지키지 못하여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가 스스로 법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16대 국회들어 벌써 세번째이니 법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국회를 어떻게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지 국회가 반성을 해야 될 것이다.

헌법 제54조 2항은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소한 30일전에는 예산안이 확정되어야 정부는 새해 업무 개시와 더불어 효과적인 예산집행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이미 법정 시한을 넘겼으니 새해 예산 집행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많다. 더욱 큰 문제는 단식정국 등으로 국회가 정상화에 차질을 빚어 정기국회 기간중 예산안이 확정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제16대 국회는 마지막 국회에서까지 예산안의 법정 통과 기일을 지키지 못하였다. 임기 중에 예산안의 법정 통과 시일을 세번이나 지키지 못한 기록은 이번 국회가 얼마나 허송세월했는가를 입증시키고 있다.

국회가 스스로 법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예컨대 국회법에는 내년 4월15일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 1년전까지 선거구 획정이 이루어져야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선거구를 정하지 못해 총선거를 어떤 형태로 실시할지 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결국 정치개혁 입법도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내년도 예산안은 117조5천억원 규모이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지금과 같은 어려운 경제환경에서는 내년도 예산의 운용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의원들은 빨리 국회를 정상화시켜 밤을 새워서라도 새해 예산을 철저하게 분석하여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대표이면서 국민을 대표하는 하나의 독립기관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명심하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예산심의를 해야 될 것이다. 법을 지키지 못한 국회가 예산 심의를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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