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의 전범 숭배

‘위대한 민족의 태양이시며, 국제 공산주의 운동의 탁월한 영도자의 한 분이시며, 강철의 영장이시며, 백전백승 불패의 탁월한 전략가이시며, 사회주의 공화국 인민의 위대한 수령이시며, 한없는 충성심과 끝없는 경애심으로 흠모하는 위대한 김일성 주석님…!’

북의 ‘김일성 수령’ 호칭앞에 으레 이같은 극찬의 긴 겹치기 수식어가 붙곤했다. 그가 죽은 지 벌써 8년째지만 ‘위대한 김일성 동지 만세’ 같은 구호는 지금도 나붙어 있다. 유훈통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1950년 6월25일 새벽 4시, 38선 전역에서 일어난 한국전쟁은 남북간에 전투원 비전투원 할 것 없이 300만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고 1천만 이산가족을 냈다. 동족상잔 3년여의 전쟁을 치르면서 한반도는 폐허화 하였다. 전쟁의 상흔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겪게 한다. 이 전쟁이 바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군 김일성 최고사령관이 내린 진격 명령으로 일어났다. 이른바 그들이 ‘남반부 해방전쟁’이라고 말하는 참혹한 동족상잔의 1급 전범이 곧 김일성인 것이다.

남북간에 장관급회담을 비롯한 공식 접촉, 그리고 민간인 접촉이 활발하면서 왕래 또한 많이 한다. 평화공존, 평화통일은 어떻든 서로 많이 만나고 많이 왔다 갔다 해야 물꼬가 트인다.

다만 아직 한국전쟁의 책임을 따지지 않고 전범 규명을 않는 것은 지금 그러한 과거를 말하면 남북관계가 다시 꼬일 수 밖에 없으므로 미루고 있는 것이다. 반세기의 세월이 흐른 탓인 지 잊거나 모르는 사람들이 점점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전범의 책임이 민족사에서 지워질 수는 없는 일이다.

재독학자 송두율이란 사람이 “조국의 민주화 통일을 화두로 삼아 살아왔다…”고 지난번 첫 공판에서 진술했다. 김일성 주석의 총애를 받는 가운데 평양을 제집 안방 드나들듯이 하며 금품수수까지 했으면서 노동당 규약은 모른다고도 했다.

하지만 검찰에선 “김일성 수령을 존경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부인하는 화술은 실로 현란하다. 그러나 동족상잔의 전범을 존경한다는 그에게 학자적 양심을 얼마나 인정해야 할 지는 의문이다.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