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로또복권

돈이 원래 많던 사람이 돈 쓰는 것 하고 돈에 궁하다가 갑자기 큰 돈이 생겨 쓰는 것 하고는 폼이 다르다. 본인은 막상 티를 내려고 하지 않아도 벼락돈이 생겨 쓰는덴 어딘가 티가 나게 마련이다. 돈을 헤프게 쓰는 것도 있지만 하고 다니는 모양새가 들떠 보이기가 십상이다. 대전에서 이런 사람이 있어 현금 수송차 털이범인가 싶어 경찰에 신고했더니 조사 결과 로또복권 당첨자였다는 해프닝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386세대 측근들이 마치 로또복권 당첨자처럼 돈벼락에 들뜬 적이 있었다는 흥미있는 비유가 있었다. 노 캠프에서 공보특보를 지냈던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의 말이다. 이미 신문에 나서 아는 얘기이겠지만 4월 경선 승리, 11월 후보단일화, 12월 대선 승리 등 세차례에 걸친 봄날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 승리로 여기 저기서 돈벼락이 떨어질 땐 “이 참에 못먹으면 안될 것처럼 달려들더라. 이성을 잃은 듯 했다. 파도가 몰아치면 입을 다물고 있어도 짠물이 들어가는 데 입을 벌리고 있었으니 얼마나 들어갔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비난 받는 쪽에서는 턱도 없는 거짓말이라고 공박할 것이다. 더한 반격도 예상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객관이란 게 있다.

노 대통령의 오른팔 왼팔에 또 뭣이라는 젊은 측근들이 줄줄이 대검 중수부에 드나드는 모양새를 보면 돈벼락 말이 결코 헛소리는 아닌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것도 로또복권 당첨자들처럼 말이다. 권력을 탐내다가 대박이 터지는 돈맛까지 보았으니 로또복권 당첨자와 정말 다를 바가 없었을 것 같다.

한심한 것은 이런 사람들 입에서 386세대니, 개혁이니, 낡은정치 타파니하는 헛소리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대박의 티를 내려하지 않아도 굶주린 승냥이의 속성이 여기 저기서 묻어난다.

배신당한 것이 참으로 참담하기 그지 없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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