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구원 등 6개 연구기관이 정부의 용역을 받아 지난 12일 발표한 ‘시화지구 장기종합계획안’은 언뜻 보아 거창한 것 같지만 깊이 살펴보면 지나치게 장밋빛이고 허술한 점이 많다. 시화호 남쪽 간석지에 1천720만평 규모의 해양 복합 신도시를 건설, 주거단지와 함께 대규모 생태문화체험 공원, 스포츠 레저타운, 학술연구단지 등이 들어선다는 ‘시화지구 장기종합계획안’의 문제는 우선 환경이다.
시화지구에 대규모 신도시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생활폐수와 산업폐수 등 더러운 물이 시화호로 흘러가 수질을 악화시킬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과거 담수호 정책 실패의 과오를 답습할 뿐 아니라 각고의 노력 끝에 간신히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는 시화호 주변지역을 또 다시 파괴하는 졸속계획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신도시와 골프장, 항만, 자동차 경기장 등의 건설은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자초하는 것이다.
정부는 향후 방조제에 건설될 조력발전소를 통해 시화호의 수질을 관리하면 수질오염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력발전소를 쉬지않고 가동하면 호수로 흘러든 오염물질을 쉽게 빠르게 바다로 내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바닷물이 오염되는 것은 전혀 고려치 않은 실로 안이한 발상이다.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이 빠져 있는 점도 황당하다. 개발의 청사진은 그럴 듯 하지만 문제는 ‘돈’이다. 그런데 계획안에 사업별 소요자금은 물론 전체적으로 얼마나 돈이 들어갈 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정부 재정에서 도로·철도를 건설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업은 민간자본 유치로 해결한다는 계획인 모양인데 그러나 1천720만평이나 되는 광범위한 지역을 개발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해 민간 투자자를 충분히 모을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시화지구 남서쪽 끝자락에 있는 대부도 해면에 해양 스포츠·휴양시설의 건설계획도 당장 농업기반공사가 반대하고 있어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환경오염의 상징’에서 ‘생태 자정(自淨)능력의 산 교육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시화호를 ‘관광레저 신도시’로 조성하려면 세밀한 계획과 대책이 따라야 하는 데 그것이 부족해 허황되다는 느낌마저 든다.
늦지는 않았다.‘시화지구 신도시 개발계획안’은 가장 먼저 환경오염을 해결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형태의 개념으로 전면 재수립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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