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네마

北 병사들 눈물겨운 ‘남한 탈출기’

■동해물과 백두산이

‘두사부일체’와 ‘가문의 영광’으로 1천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정준호와 ‘조연 전문배우’ 공형진이 ‘투 톱’으로 나섰다.

올해 마지막 날에 개봉하는 ‘동해물과 백두산이’(제작 주머니필름·영화사 샘)는 이들을 짝패로 내세운 전형적인 버디 코미디. 멜로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깔끔한 연출솜씨를 선보인 안진우가 메가폰을 잡았다.

이야기는 조선인민군 해군 13전대 매봉산 기지에서 시작된다. 혁명정신이 투철한 엘리트 함장 최백두(정준호)는 제대를 몇 달 앞둔 고참 병사 림동해(공형진)에게 낚싯대를 맡긴 채 갑판장(전진기)과 함께 바다 위 고무보트에서 술판을 벌인다.

반합 뚜껑에 따라 마신 백두산 들쭉술에 취해 둘이 잠들자 림동해도 수통째로 들이켜고 함께 잠이 든다. 그러나 어느덧 밤이 되어 화창하던 하늘은 장대비를 퍼붓고 잔잔하던 바다도 거센 파도를 때린다. 고무보트가 뒤집어져 조류에 떼밀려온 최백두와 림동해는 어느 바닷가에서 정신을 차리는데 그곳은 대한민국의 해수욕장. 이때부터 북으로 돌아가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펼쳐진다.

한편 범인을 붙잡아 호송하려던 안형사(박철)와 박형사(박상욱)는 가출한 딸 한나라(류현경)를 찾아오라는 경찰서장의 전화를 받고 해수욕장을 헤맨다. 친구들과 놀러온 한나라는 아버지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다가 파출소로 인계되고, 자수하러 이곳을 찾은 최백두와 림동해를 형사로 착각한 소장은 한나라를 이들에게 넘긴다.

자수 작전이 실패하자 최백두와 림동해는 2단계 귀환작전인 뗏목 만들기를 시도하다가 산림감시원에게 발각되고, 제트스키를 타고 북으로 내처 달리다가 “시간 다됐다”는 주인의 모터보트에 이끌려 돌아온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단 하나. 해변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해 금강산 관광권이 상품으로 걸린 1등을 차지하는 것이다.

얼토당토않은 설정에 말도 안되는 상황이 이어지지만 영화는 그런대로 재미나게 흘러간다. 안형사 콤비가 최백두 일행과 엇갈리면서 빚어내는 소동도 배꼽을 쥐게만들고 공형진의 뺀들거리는 몸짓과 박철의 느물대는 표정도 웃음보를 터뜨리게 한다. 이재룡, 김원희 등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인기 탤런트들의 카메오 출연도 무릎을 치게 한다.

하지만 화장실 유머를 끼워넣은 것이라든지 불량 여고생들의 욕설투의 대사를 얹어놓은 것은 아무리 유행이라고 해도 보고 듣기에 부담스럽다. 다분히 요즘 충무로의 흥행 공식을 의식한 듯한 후반부의 눈물 장면도 상투적으로 느껴진다. 15세 이상 관람가.

■벅스 바니·대피 덕 ‘지구를 지켜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맞춰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혼합된 액션 어드벤처물 ‘루니툰 백 인 액션(Looney Toon-Back in action)’이 개봉됐다.

빠르게 몰아치는 유머에 다소 황당한 줄거리이나 벅스 바니, 대피 덕, 트위티, 스쿠비 두 등 다양한 만화 주인공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편. 영화 곳곳에서 불쑥 나타나는 ‘싸이코’, ‘매트릭스’, ‘스타워즈’, ‘미라’ 등의 패러디 장면도 반갑다.

만화 주인공들이 뭉크의 회화 ‘절규’나 쇠라의 ‘글랑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 달리의 ‘기억의 영속’ 등을 휘젓고 다니는 장면도 볼만하다.

다만 관객에게 이들 캐릭터나 장면이 어느 정도 익숙하느냐가 관건일 듯. 벅스바니나 트위티 정도만 친근할 뿐 다른 캐릭터는 낯이 설고 패러디되는 미국의 TV 시리즈나 초기 애니메이션도 이해가 안될 만큼 어색할 뿐이라면 영화는 그저 산만한 코미디로 다가올 수도 있다.

‘미라’의 브렌든 프레이저와 ‘007’ 시리즈의 티모시 달튼, ‘신부의 아버지’의 코미디 배우 스티브 마틴이 출연하며 ‘그렘린’의 조 단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목 ‘루니 툰’은 30년 벅스 바니를 처음 소개한 단편 애니메이션의 이름. 부제 ‘백 인 액션’은 ‘白人액션’이 아니라 ‘Back in Action’이다.

‘벅스 바니’ 영화에 ‘바니’가 빠진다면 어떨까? 오리 캐릭터 ‘대피 덕’은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의 인기 캐릭터 바니에 비하면 영원한 조역일 뿐. 투덜대던 그는 영화사의 코미디 담당자 케이트(지나 엘프만)에게 해고당한다.

갑자기 갈 데가 없어진 대피. 그는 함께 해고당한 경비원 디제이(브렌든 프레이저)의 집에 눌러앉기로 한다. 드레이크의 아버지는 유명한 스파이 영화의 데미안. 어느날 데미안이 납치되면서 그가 영화 속 뿐 아니라 실제로도 스파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이제 디제이와 대피, 그리고 대피를 달래기 위해 찾아온 케이트와 바니가 ‘지구정복’을 꿈꾸는 악당에 맞서는 모험이 펼쳐진다. 전체 관람가.

■“빨간 모자 고양이와 상상의 나라로 떠나요”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모처럼 극장나들이에 나서려는 가족 관객에게 마침 맞는 영화가 찾아온다.

오는 31일 개봉 예정인 ‘더 캣’은 1957년 출간된 스테디셀러 동화 ‘더 캣 인 더해트(The Cat in the Hat)’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 지난달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주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말썽꾸러기 콘래드(스펜서 브레슬린)와 깔끔하고 고상한 새침데기 샐리(다코다 패닝)는 한 배에서 난 오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성격이 딴판이어서 늘 아옹다옹 다툰다.

이날도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며 홀로 남매를 키우는 엄마가 회사의 호출을 받고 급히 나가려는데 콘래드는 쟁반 위에 몸을 실은 채 2층 계단에서 미끄럼을 타고내려와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샐리는 이런 오빠를 엄마에게 고자질한다. 이날 저녁 회사 간부와 의뢰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벌이려던 엄마는 집안을 어지르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뒤 집을 나선다. 따분함을 참지 못해 몸을 뒤트는 오누이에게 빨간 모자를 쓴 고양이가 나타난다.

직립보행에 말까지 하는 고양이를 보고 오누이는 놀라 도망치지만 이내 그가 펼치는 놀라운 마술에 빠져든다. 고양이의 모자 속에서는 온갖 물건이 튀어나오고 어항 속 금붕어까지 말을 한다. 여기에 쌍둥이 형제까지 가세해 집안을 온통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는다.

고양이가 가고 난 뒤에서야 정신을 차린 오누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울상을 짓는데 또다시 고양이가 나타나 첨단 기계로 집안을 깨끗이 원상복구시킨다.

드림웍스와 유니버설은 9천만 달러를 들여 동화 속 세계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그림책을 보는 듯한 파스텔 톤의 예쁜 화면은 실사영화인지 애니메이션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보 웰치 감독은 ‘맨 인 블랙’, ‘배트맨2’, ‘가위손’, ‘비틀쥬스’ 등의 미술감독 출신답게 시각적 표현에 발군의 솜씨를 보였다.

다코다 패닝, 스펜스 브레슬린, 켈리 프레스턴, 알렉 볼드윈 등이 맨 얼굴로 등장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캐릭터들과 소품. ‘오스틴 파워’ 시리즈의 마이크 마이어스가 고양이로 둔갑해 열연을 펼쳤고 금붕어, 씽원·씽투 형제, 보트 모양의 자동차, 여러 개의 손을 가진 청소기계, 감성진단기, 주크박스, 망원경 등이 관객을 즐겁게 한다. 전체관람가.

■ 새 비디오

-황 산 벌

‘황산벌’ 전투를 사투리로 꼬아 그린 역사 코미디. 계백 역에 박중훈, 김유신 역에 정진영이 출연한다. 서기 660년, 신라 무열왕은 딸과 사위를 죽게 한 백제 의자왕에게 원수를 갚기위해 당나라의 힘을 빌리고 소정방의 당군은 한반도로 넘어와 기벌포로 향한다. 여기에 김유신의 신라군도 남한강을 따라 남하해 탄현을 지나자 의자왕은 충신계백을 불러 신라에 맞서라고 명령하고 계백은 처자식까지 죽이고 싸움터로 나선다. 1월 출시. 15세 관람가.

-천 년 호

‘닥터봉’, ‘자귀모’를 연출한 이광훈 감독의 신작. 통일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비극적 사랑과 이들의 운명을 뒤흔드는 천년호수의 저주를 그린 무협 판타지 멜로. 고대국가가 등장할 무렵인 기원전 57년. 박혁거세가 이끄는 신라는 신목(神木)을 섬기는 아우타족을 전멸시키고 이들의 피는 커다란 호수를 이룬다. 그로부터 천년 후, 변방의 적들을 물리치며 왕의 신임을 받은 신라의 장수 비하랑은 어느날 독사에 물려 신음하는 자신을 구해준 처녀 자운비와 사랑에 빠진다. 비하랑이 전장으로 떠난 사이 정체불명의 자객이 목숨과 정조를 위협하자 자운비는 천년 호수에 몸을 던지고 호수 속에 머물던 아우타의 원혼은 자운비의 몸을 빌려 요귀로 환생한다. 1월 출시. 15세 관람가.

-노 보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와의 사랑 그린 독일 영화. 평론가 출신의 장 피에르 리모쟁 감독은 독특한 상황 설정과 섬세한 심리묘사로 섹스라는 화두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함은 몇 분 전에 일어난 일도 까맣게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 틈틈이 수첩에 기록하며 기억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다. 직장 상사 사빈은 그를 욕정의 해결 상대로 이용하고 바람이 난 아내와 친구도 그가 기억을 되찾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어느날 그런 그에게 구원의 여인이 나타난다. 바로 같은 회사에 임시직으로 채용된 이렌. 이렌은 그래함의 기억을 돕기 위해 애쓰지만 직장 상사는 그녀의 존재를 거북스럽게 생각해 직장에서 쫓아낸다. 29일 DVD와 동시에 출시. 18세 이상 관람가.

-젠틀맨 리그

숀 코너리 주연의 SF액션어드벤처물. ‘젠틀맨리그’라는 이름으로 뭉친 7명의 모험 이야기이다. 배경은 영국이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가운데 20세기를 맞이하는 축제 준비가 한창인 1899년. 세계 정상 회담을 앞두고 악당 팬텀은 세계를 지배할 계략을 꾸미고 영국 정보국의 첩보원 ‘M’(리처드 록스버그)은 이를 막으려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7명의 히어로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모험가 앨런(숀 코네리), 뱀파이어 미나(페타 윌슨), 스파이 톰(쉐인 웨스트), 불사신 도리안(스튜어트 타운젠트), 투명인간 로드니(토니 큐란), 모험가 캡틴 네모(나세루딘 샤), 지킬박사(제이슨 플레밍) 등이 그들. 가까스로 악당의 공격을 막아낸 일행. 하지만 이들 앞에는 또 다른 음모가 기다리고 있는데…. 다음달 9일 DVD와 함께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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