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

"‘사돈(査頓)’의 사전적 의미는 “①혼인한 두 집의 부모들끼리 또는 그 두 집의 같은 항렬 되는 친족끼리 서로 부르는 말 ②혼인 관계로 척분(戚分)이 있는 사람· 인친(姻親)”이다.

참여연대 부설 (사)참여사회연구소와 인하대 산업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조선·중앙·동아 언론 3사 사주들이 삼성그룹 등 국내 주요 재벌 및 정관계 인사들과 혼맥관계를 맺은 ‘한국사회 지도층의 혼맥도’를 보면 사돈지간의 관계가 실감난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장남 준오씨와 장녀 혜성씨는 LG(회장 허광수) 장녀 유정씨와 태평양(회장 고 서성환) 장남 영배씨와 각각 혼인했다. 중앙일보 고 홍진기 회장의 장녀 라희씨는 삼성 고 이병철회장의 3남 건희씨(현 삼성그룹 회장)와 결혼했다. 또 홍회장의 차녀 라영씨도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차남 철수씨와 혼인했다. 동아일보 역시 김병관 회장의 장남 재호씨와 차남 재일씨가 각각 이한동 전 국무총리 차녀 정원씨, 삼성 이건희 회장 차녀 서현씨와 결혼했다. 소위 내로라 하는 사돈 관계들이다.

원래 예부터 사돈에 관한 말은 많았다. ‘사돈도 이럴 사돈 저럴 사돈 있다’ ‘사돈을 하려면 근본을 봐라’ ‘사돈의 잔치에 중이 참여한다’ ‘사돈의 팔촌’이 있는가 하면, ‘사돈집과 뒷간은 멀어야 한다’ ‘사돈집과 짐 바리는 골라야 좋다’ ‘사돈집 외 먹기도 각각’ ‘사돈집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 도 있다.

요즘 사기혐의로 구속된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호씨 처남 민경찬씨의 653억원 펀드조성을 놓고 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청와대가 ‘청와대 브리핑’ 제239호(2월 11일자)를 통해 “민경찬씨는 엄밀한 의미에서 대통령의 친인척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민씨는 대통령의 처남 등 직접 사돈이 아니며, 형인 노건평씨의 처남으로 민법상 친족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박자료를 내놨다. 그러니까 민씨는 ‘사돈’에 해당 안된다는 얘기다.

대통령과 친한 척하며 사기치는 사람도 그렇지만, 대통령의 사돈의 팔촌이라도 끈이 닿으면 혹 무슨 출세나 횡재라도 할 것 처럼 사족을 못 쓰는 족속들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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