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모델

"앞으로 새 화폐를 발행하거나 기존 화폐의 도안을 변경할 경우를 대비해 한국은행이 초상을 확보해 두고 있는 인물이 을지문덕 정몽주 정약용 주시경 방정환 등이라고 한다. 하지만 10만원권 발행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요즘 한국은행 홈페이지를 달구고 있는 10만원권 앞면의 대상인물에는 이들이 거론되지 않는다.

한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 있는 의견들은 10만원권 ‘앞면은 민족의 시조인 단군, 뒷면은 독도로 해야 한다’는 건의에서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셔야 한다는 주장과 이에 대한 반론이 분분하다. 광개토대왕이나 안중근 의사로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동조세력이 많고, 이순신 장군을 100원짜리 동전에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런데 단군을 능가할 무게있는 인물은 없다는 것이 한은 홈페이지 갑론을박의 종합결론인 것 같다.

그러나 단군을 10만원권의 모델로 선정하는 데는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최근 공공장소에 세워진 단군상에 대한 대책을 ‘설립반대’에서 ‘철거’쪽으로 바꾸기로 한 점이다. 한기총은 지난해 말 ‘단군은 역사적 실체가 없는 허구이며 단군상은 종교적 조형물’이라는 소책자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단군상 건립을 주도한 홍익문화운동재단(홍문운)이 이 책자에 대한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놓았다. 하지만 법원이 “단군상을 세운 목적과 형상 재료를 살필 때 다소간의 종교성이 인정된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한기총의 정책 전환은 이 결정에 힘입은 것 같지만 법원의 결정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것일 뿐 최종판결이 아니다. 얼마든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단군상은 현재 전국 초등학교 등에 350여개가 설치돼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단군을 종교적 지도자라기 보다는 우리 민족의 시조로 본다.

단군상은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의 동상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단군 할아버지’가 10만원권에 등장하는 데는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10만원권 모델에 윤동주 시인 초상을 넣자는 주장을 문단에서 제기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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