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서구(西歐)에서는 인구의 절반이 애완동물을 기른다고 한다. 두 집에 한 마리 꼴인 1억7천300만여 애완동물이 있고 그 중 3천600만마리가 애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애완동물이 급증해 애완견만 지난해 700만마리를 넘었다. 올해 서울대 수의과 졸업 예정자는 46명이 모두 애완동물을 전공했다는 것이 애완동물의 인기를 말해 준다.

애완동물, 특히 애완견은 무엇보다 충직한 처신이 사람을 감동시킨다. 위선, 배신, 거짓, 변덕 등 인간세계의 항다반사가 애견들한테는 없다. 애견들은 또 칭찬과 야단침을 솔직 단순하게 받아 들인다. 하지만 늙고 병들었다는 등의 이유로 애완견을 내다 버리는 매몰찬 사람들이 많다. 버려지는 애완견이 한 달 평균 600마리라니 실로 불쌍하다. 신문·방송이 애완견을 기르는 데서 오는 여러 질병들을 보도하는 것도 개를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15년에 걸쳐 두 번씩 백악관 생활을 했던 ‘스팟’이라는 부시 미국대통령의 애완견이 자주 발작 증세를 보여 안락사시켰다는 외신도 있었지만 개를 안락사 시키는 데 10만원이 든다. 병든 개를 내버리는 것보다 안락사 시키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늙고 병든 부모도, 어린 자식도 갖다 버리는 인간들이 있는 세상인데 병든 개 버리는 것을 탓할 수 만도 없겠다.

그런데 앞으로는 서울시내 아파트에서 애완동물을 기르려면 입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이를 어길 경우 벌과금을 물게 될 수도 있다. ‘서울시 공동주택 표준관리규약’을 보면 개와 고양이, 파충류 등 동물을 애완용으로 기르는 입주민에 대해 계단식은 같은 줄, 복도식은 같은 층에 거주하는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르면 6월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규약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은 자명하다. 단독주택에 산다면 문제가 안되지만 구차하게 입주민의 동의까지 받아가며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지 궁금하다. 이래 저래 애완동물들이 수난을 겪게 됐다. 애완견이라면 몰라도 애완 파충류를 아파트에서 기르는 것은 좀 뭣하지 않나 싶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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