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유죄

"하워드 딘 전 버몬트주 지사가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초반 승세를 굳히지 못하고 존 케리 상원 의원에게 패배한 이유는 귀담아 들을만 하다. 달변과 열정으로 대중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던 그가 궤멸된 것은 올 미 대선 정국의 미스터리였던 게 워싱턴 포스트의 심층 분석으로 그 베일이 드러났다.

결론은 팀워크의 내분이 주범이다. 사령팀장인 조 트리피(47)와 야전팀장인 케이트 오코너(39) 간에 손발이 안맞은 것은 고사하고 원수처럼 싸웠다는 것이다. 트리피는 베테랑급 선거전략가이고 오코너는 딘이 주지사 시절부터 보좌해온 최측근인 것이다. 그러니까 사령팀장의 전략을 야전팀장이 번번이 무시한 의견 대립이 마침내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진 건 오코너의 측근 의식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는 것이다. 주군을 보호한다는 측근이 되레 주군을 망치고 말았다.

최근 종영한 SBS-TV ‘왕의 여자’에서 광해군의 측근 유희분이 반정의 기미를 알아챘으나 진압의 공을 독차지하려고 같은 측근인 이이첨에겐 비밀로 부친 게 화근이 되어 결국 공멸의 길을 걷고만 것은 드라마상 픽션이지만 능히 그랬을 수가 있다.

가장 무서운 적은 외부보다 이처럼 내부에 있다. 내부의 적은 배신자도 있을 수 있으나 과잉충성을 일삼는 측근 또한 적이다. ‘비열한 친구보다는 당당한 적이 더 좋다’는 말은 영국의 속담이다.

문제는 과잉충성의 비열한 측근이 권력 주변에 있으면 그 해악이 국가사회에 미친다는 사실이다. 자고로 이런 연유로 하여 망한 왕조나 정권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허다하다.

그러나 대개의 권력자는 뱀의 혀같은 해악 측근의 말이 당장 듣기엔 달콤하여 분별력을 잃기가 십상이므로 충언을 멀리한다. 더러는 자신의 치부를 폭로하는 배신이 두려워 버리질 못하기도 한다.

딘의 패배는 결국 딘 자신의 책임인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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